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 기름값 등 인플레이션 현상에 오히려 일하기 더 힘들어졌습니다. 경기회복 흐름을 전혀 못느끼고 있습니다.”
울산지역 기업체들의 수출과 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산업현장에서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바닥수준이다.
지난 17일 오후 남구 미포산단과 인접한 소규모 공장 밀집지대. 한창 일할 시간임에도 공장 기계소리는 비교적 잠잠했다. 공장 내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바삐 움직이기보다는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인근 다른 공장 정문 밖에는 자재들이 가지런히 쌓여있었지만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거나 녹슬어있는 상태로 자재들이 방치된지 오래됐음을 알 수 있었다. 공장 한쪽만 문을 열어둔채 근무하는 곳과 임대가 붙은 공장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한 업체 직원은 “신종코로나 이후 2·4층 사무실 임대를 내놓았지만 나가지 않고 있다”며 “공장들이 힘든 상황에 누가 임대해 들어오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코로나가 발생한 이후 공장직원 5명(10%)이 감소했다”며 “뉴스에서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장에 있는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디서 나온 통계인지 궁금할 지경”이라고 푸념했다.
공장직원들이 한창 식사를 할 점심시간임에도 공장지대 인근 식당가에서 공장직원들의 모습을 찾긴 힘들었다. 식당에 있는 손님 대부분은 인근 공기업 직원들과 관광객들로 작업복을 입은 공장직원은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한 식당 주인은 “코로나 전후로 인근에 임대 붙은 공장이 많아졌다. 식당 찾는 공장직원들도 예전에 비해 20~30%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올 4월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 통계표에 따르면 울산지역 국가산단(온산·미포)의 고용인원은 총 10만3644명으로, 신종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2019년 4월(10만7715명)보다 4071명(3.8%) 감소했다. 가동업체수도 지난 2019년 4월에는 987개사에 육박했으나, 올 4월에는 864개사로 3년만에 123개사(12.5%)가 줄었다.
같은기간 수출액과 생산액이 각각 39.60%, 37.57%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장을 운영하는 A씨는 “경제지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아마 9월쯤 돼야 신종코로나가 터지기 이전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됐다고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7월부터 새롭게 들어서는 지방정부가 산업수도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실제 산업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기업 경영활성화 정책이 조속히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