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개인과 건강, 그리고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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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개인과 건강, 그리고 사회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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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빈 강남동강병원 이사장

개인이 건강한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서 사회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20세기 들어서 전염병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개인의 병을 치료하는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 상하수도 같은 도시의 위생 환경이 좋아진 덕분으로 보인다. 영국의 사망률이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 사이에 낮아졌는데, 결핵, 콜레라, 디프테리아를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되기 전에 영양과 위생시설이 좋아진 덕분이라고 하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이 오고 나서 천연두 같은 전염병으로 죽었고, 하와이의 원주민도 외지인들이 들어온 뒤에 전염병에 약해서 죽어갔다. 그렇게 된 것은 개인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전염병에 대처하려면 개인들도 각자 잘 해야 하지만, 사회 수준에서 대처해야 한다. 격리, 검사 키트 조달하기, 마스크 공급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것들 말이다. 한 국가 수준 뿐만 아니라 세계 모두가 같이 대응하기도 해야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사스(SARS), 메르스(MERS),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등등 사례에서 보듯이 전염병은 국경을 쉽게 드나든다. 개인, 조직, 지역사회, 국가, 세계 등이 같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개인이 노력하는 것도 사실은 인프라가 있어야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손씻기도 수돗물이 있어야 할 수 있고 비누가 있어야 할 수 있다. 빨래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도 생산이 돼있어야 개인이 가서 살 수 있다. 난방도 연료가 있어야 할 수 있는데, 도시가스나 석유가 공급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로서 개인이 하는 것은 요금을 잘 내는 것 말고 또 있을까. 나무로 장작을 때는 경우에도, 사회 수준에서 나무를 관리하지 않으면 나무가 없어져버리고 민둥산이 될 것이다. 한 사람에게 필요한 온갖 것들은 사회적으로 공급된다. 내 한 몸 건강하려면 사회가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전쟁이라도 나면 사회의 기능이 돌아가지 않아서 전염병, 영양 부족, 냉난방 부족으로 사람들이 죽는다.

그러면 한 개인으로서 나는 손 씻고 마스크 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나? 사람들이 자주 말하듯이, 보건복지부,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잘하라고 목소리 내기? 이렇게 생각해보자. 한 사람에게 필요한 온갖 것들은 기업들이 각 부분들을 맡아서 공급한다. 이른바 분업이다. 집에 상수도가 연결되기까지 댐을 짓고 상수도사업본부가 수도를 설치하고 정수장을 운영하고 아파트 건설회사가 저수조, 배관, 펌프를 설치한다. 또 한국전력, 펌프 만드는 회사 같은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직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는데, 그 조직들에는 구성원으로서 개인들이 있다. 개개인들은 자기 맡은 일을 함으로써 보수를 받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건강에 간접적으로 기여한다고 하겠다.

박원빈 강남동강병원 이사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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