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50)씨는 치솟는 물가에 장을 보러갈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농축수산물 등 식료품 외에도 기름값,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 안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5인 가족의 한달 식비(외식비 포함)가 원래는 200만원 가까이 들었는데 지금은 예전보다 35% 정도 오른 270만원이 나간다”며 “식비는 당장 줄이기도 힘든데 매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남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2)씨도 오른 재료비에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매출에 타격을 입고 이제야 회복하나 했는데 최근들어 높아진 물가가 또한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더는 버티기 힘들어 가격 인상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올리기 쉽지 않다”며 “주변에 문을 닫는 가게들도 계속 늘고 있다”고 푸념했다.
6월 울산지역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5.9% 상승하면서 13년10개월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계속되면서 공급 측면의 가격 상승과 함께 수요 측면의 압력도 커져 석유류, 농축수산물, 외식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은 물가가 오른 것을 수치로 또렷히 보여준다. 6월 울산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07.96(2020=100)으로 전년동월 대비 5.9% 상승했다. 전국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뛰었다.
상승률은 2008년 8월(6.3%) 이후 13년10개월 만에 가장 높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에 이어 두달 연속 5%대를 기록했다.
울산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뒤 6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가 4월에는 4% 후반, 5월에는 5%대를 돌파했다.
6월 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이다. 등유(66.8%), 경유(52.3%), 휘발유(32.4%), 자동차용LPG(28.7%)가 모두 오르며 석유류는 39.6% 상승했다.
식용유(40.9%), 소금(31.8%), 밀가루(31.7%), 국수(31.1%)를 비롯한 가공식품도 8.1% 상승했다. 외식을 포함한 개인서비스도 5.3% 상승했다.
외식 중에는 갈비탕(15.0%), 삼겹살(14.7%), 돼지갈비(12.9%), 생선회(12.8%)가 많이 올랐다. 코로나 방역 조치 해제로 외식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외식 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외식 외에는 국내단체여행비(31.4%), 승용차임차료(28.9%), 국내항공료(19.5%)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최근 오름세가 주춤하던 농축수산물도 전년동월과 비교해 4.8% 상승했다. 무(61.8%), 포도(60.9%), 부추(52.6%), 망고(51.1%), 깻잎(44.5%), 감자(39.6%), 양배추(35.1%)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으로 수입쇠고기(28.0), 닭고기(25.1), 돼지고기(16.8)를 비롯한 축산물이 10.8%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달과 같은 9.7%의 상승률을 보였다. 전기료와 도시가스요금이 나란히 11.0% 올랐다. 집세는 2.5%, 공공서비스는 1.0% 각각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5% 상승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