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과 경제활동 재개로 살아날 조짐을 보였던 울산지역 유통업 체감 경기가 또 다시 얼어붙었다. 고물가·고금리에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소비심리가 꺾인 영향이다. 특히 수입 명품과 고가 의류 등에 대한 소비는 긍정적인 반면, 편의점·슈퍼마켓과 같은 소규모 소매유통업 경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돼 울산지역 소비행태에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울산상공회의소는 ‘3분기 울산지역 소매유통업계의 경기전망지수(RBSI)’가 95로 전분기 대비 15p 하락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분기(85)이후 6분기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1분기 99까지 떨어졌던 전망지수가 코로나 엔데믹 기대감으로 전분기에는 110까지 치솟았지만, 3분기 들어 또 다시 내리막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등의 영향으로 울산지역 소비 행태도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태별로는 백화점(133→166)이 전분기 대비 반등에 성공했고, 대형마트(100) 역시 기준점을 웃돌며 긍정적인 경기 전망을 보였다.
수입 명품과 고급 의류 등 고관여제품(가격이 비싸거나, 본인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제품 등 소비자가 구입 과정에서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이는 제품) 소비의 경우 대외적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이고, 필수 소비재를 대량 구매하는 경향에 따라 대형마트 업황도 크게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편의점(86)과 슈퍼마켓(44)은 기준치인 ‘100’을 하회하며 전 분기와는 다른 부정적인 경기 전망을 보였다. 편의점과 슈퍼마켓은 중저가 소비재와 음식료품 등의 판매 비중이 높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음 분기 경영활동 시 예상되는 가장 큰 현안 및 애로사항으로 응답기업의 38.5%가 ‘소비위축’을 꼽았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28.2%), 상품 매입원가 상승(12.8%) 순이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안정성에 의한 3高 현상이 빚어낸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자물가 상승이 지역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및 긴축 기조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소매유통업계의 업태별 실적 차별화 양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존재하는 만큼 정부는 소매유통업계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을 신속히 파악해 지원 정책 마련에 힘쓰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선제적인 대응 체계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기간 전국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전 분기 대비 15p 하락한 84로 집계됐다.
이런 하락 폭은 코로나 충격으로 22p나 급락했던 2020년 2분기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것이다.
한편 RBSI가 기준치(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 관내 39개 표본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