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하락·이자 급등에 ‘영끌족’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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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하락·이자 급등에 ‘영끌족’ 발동동
  • 석현주 기자
  • 승인 2022.07.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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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를 6억원 초반에 구입했다. 4억5000만원 전세를 낀 ‘갭투자’지만 나머지 자금 마련을 위해 5000만원은 신용대출까지 받았다. 그런데 해당 단지 같은 면적의 최근 실거래가격이 5억원 초반대까지 떨어졌고, 현재 인근 부동산에는 4억원 후반대 매물까지 나와 있다. 하반기엔 아파트값 하락세가 본격화된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하락분 만큼의 현금을 마련할 방도가 없는 A씨는 내년 전세계약 만기가 두렵다.

울산지역 집값 내림세와 대출금리 급등이 겹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매수가격 아래로 내려가는 집값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지만, 이자부담까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10~6.22%로 집계됐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1~6.12%, 신용대출 금리는 4.31~7.34%를 나타냈다. 모두 연초 대비 2~3%p씩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을 밟은 영향이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대출금리가 0.50%p 이상 더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끌 갭투자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세를 낀 상태에서 대출까지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이자부담은 늘고 매매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값은 6월 첫째주 0.02% 하락한 이후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다만 전세의 경우 7월 첫째주까지 소폭 상승했고, 지난주 0.00%로 보합세를 보였다. 매매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셋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여전히 높게 형성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전세 매물이 수북하게 쌓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울산 아파트 전세 매물은 2557건으로 1년전(1080건)보다 136.7%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전세 매물이 두 배 넘게 많은 것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울산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비싸기도 하지만,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높아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많지 않다. 전세대출 이자보다 월세가 더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세보다 월세를 찾는 세입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전세를 꺼리게 하는 한 요인이다. 올해 들어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다수 주택에서 전셋값이 매맷값에 근접, 깡통 전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집주인은 그만큼의 현금을 마련해 세입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월세로 전환할 수 있지만, 영끌 갭투자자에게는 그것도 쉽지 않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매매와 전세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하반기엔 영끌 갭투자자들의 급매물이 쏟아질 것이다. 영끌 투자자들의 어쩔 수 없는 주머니 사정에 의해 쏟아진 매물들로 인해 집값 하락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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