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이 지난달 사상 최초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했으나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선 0.25%p만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유가 등 해외 요인에 변화가 없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 (상승세가) 2~3개월 지속된 뒤 조금씩 안정될 것으로 본다”며 “(이 기조가 유지되면) 기준금리를 0.25%p씩 올려 물가 상승세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런 물가 전망과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그는 “물가가 예상했던 기조에서 벗어나면, 금리 인상의 폭과 크기를 그때 가서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 빅 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0.50%p 인상의 여지도 남겨뒀다.
기준금리 인상이 이자 부담 등 서민 고통을 키운다는 김영선 의원(국민의힘)의 지적에 대해서는 “물가 오름세를 잡지 못하면 국민의 실질소득이 더 떨어지고, 뒤에 (물가 상승세를) 잡으려면 더 큰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말 어두운 마음으로 금리를 통해서라도 물가 오름세 심리를 꺾는 것이 거시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 수준이 2~3%면 국민이 물가 상승을 못 느끼고 경제활동을 하지만, 6~7%가 되면 상승세가 가속된다”며 “6%를 넘으면 훨씬 더 큰 비용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거시적 측면에서는 물가 오름세가 꺾일 때까지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서도 기준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올해 물가·성장 전망에 대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수준(4.5%)을 상당 폭 상회하고, 올해 경제 성장률은 전망 수준(2.7%)을 소폭 하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현 시점에서는 물가 리스크(위험)가 더 크다”며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의 잇단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2.25~2.50%)가 한국(2.25%)보다 높아진 ‘역전’ 현상에 대해서는 “원화 금융자산에 대한 기대수익률 하락 등이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자금의 유출 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외국인 국내 증권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증권자금(채권+주식)은 내외 금리차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 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거 세 차례 한·미 금리 역전기에도 오히려 순유입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