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의 경제옹알이(19)]놀이터: 아이들이 공간 공유하면, 배려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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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의 경제옹알이(19)]놀이터: 아이들이 공간 공유하면, 배려를 배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8.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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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의 일이다. 숙소 근처 공원 놀이터에 내 아이 두 명을 데리고 갔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같은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스페인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뭐라고 열심히 말했다. 물론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영어는 못한다고 했다. 친구들도 불러서 열심히 나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려 했다. 결국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다.

“저희들이 물풍선을 가지고 놀아서, 아이들 바지가 젖을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아이의 마음이 나보다 넓었다. 나보다 어른이었다. 내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방법도 모르겠고 자신도 없었다. 나라면 아마 외국인이라고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말 한 번 걸어보고, 말이 안 통하니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말을 한 번 걸어보는 시도를 했으니 할 만큼 했다고, 바지가 젖어도 내 잘못은 아니라고 자기합리화를 했을 것이었다.

그런 아빠한테서 내 아이들이 스페인 아이처럼 배려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스페인 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그 아이를 가르쳤을까 정말 궁금했고, 꼭 배우고 싶었다. 아이는 부모를 그대로 닮는 법이다. 아빠인 내 기준에서는, 엄마 닮아서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자신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여행을 다니며 24시간을 함께 하며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아이는 부모의 모든 행동을, 모든 잘못을 그대로 복사한다. 친구를 잘못 만나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아이들의 첫 친구는 엄마, 아빠다.

교육 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지식에 대한 교육이 인성 교육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인성 교육이라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표면적인 예의만을, 사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데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법만을 가르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내가, 외국인이라 말이 안 통해서, 아니면 말 한 번 걸어보는 시도를 했으니 나는 할 만큼은 다 했다고, 내 잘못은 아니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의 바지가 젖는다는 결과에는 전혀 변화가 없어도 말이다. 내 아이의 인성교육을 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데, 남의 아이 여러 명의 인성교육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인내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 현실에서는 지식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인성교육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오해하기 말기를 부탁한다.

스페인 아이는 인성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그 아이는 공간을 공유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 대상이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일지라도 최선을 다해 배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내 생각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인성 교육을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같이 사용하는 외국인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진짜 행동으로 옮기도록 할 수 있는지는 감도 오지 않았다.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런 것인지. 내가 어릴 때 한국의 좋은 놀이터는 주로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는 아파트 주민들의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아파트의 놀이터에서는, 수영장에서는, 체육시설에서는 외부인들이 그 시설을 같이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아이들이 놀이터를 사용해도 되는지, 외부 수영강사가, 헬스 트레이너가 아파트 체육시설에서 수업을 해도 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한다.

경제학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아파트 놀이터는 클럽 상품 (club good)에 해당한다. 설명하자면,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와 같이 멤버십을 구매한 사람들만, 그 클럽에 속해 있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뜻이다. 다만, 아파트 놀이터의 경우, 코스트코와 같이 멤버십을 구매한 사람들만 엄밀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렵거나, 배제하는 비용은 많이 드는데, 배제로 나타나는 효과는 적으니 그냥 두는 것이다.

그러니 논쟁이 발생하게 된다. 찬성하는 쪽은 아파트 주민과 같이 사용하면 괜찮다는 것이고, 반대하는 쪽은 기구파손, 관리비, 안전 등의 문제가 있으니 아파트 주민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배제를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에 주로 집중하게 된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사유재산권의 핵심 권리는 타인의 사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클럽 상품인 아파트 공간에서 배려가 아닌 배제가 중심이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아파트 수영장과 같이 관리통제가 쉬운 공간에서는 외부인을 배제하거나 사용료를 받는 방법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다.

가난한 동네 아이와 같이 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이가 나쁜 친구를 사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목을 내세운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속해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클럽에, 가난한 아이가 돈을 내지 않고 들어오는 것을 배제하려는 행위가 섞여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의 친구관계는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니, 배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배려가 아닌 배제를 먼저 배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친 것은 그네를 차례를 지켜 타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타고 싶은 아이가 많은 그네는 순서를 지켜 타야했다. 그리고 내 차례일 때는 다른 아이들을 배제할 수 있었다. 차례라는, 질서가 있는 배제를 가르쳤기에, 배려는 대부분 형식적이었다.

스페인의 공원의 놀이터에서 놀았던 아이는 어쩌면 부모님께 놀이터는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니, 다른 사람도 배려해야 된다는 말을 더 많이 듣고, 교육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공공재인 공원 놀이터는 모두가 같이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순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배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아파트 클럽 상품 문화에 익숙한 나는, 스페인 공원 놀이터에서 내 아이들이 외국인이라 배제되어도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스페인 아이는 모두를 배려했다. 외국인 아이들의 옷이 젖을까 걱정했고,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알려주려 했다. 스페인 아이가 나보다 더 잘 교육받았고, 행동으로 옮겼다. 더 잘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많이 고마웠다.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이제 내가 고민해야할 몫이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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