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高)물가와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에 처한 울산지역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여전히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 경기전망 역시 5개월만에 상승 전환됐지만, 경기 호전보다는 둔화를 예측하는 기업이 많았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24일 발표한 8월 울산지역 기업 체감경기를 보면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5로 전월(73)보다 2p 상승했다. 반도체 수급이 비교적 원활해지고, 친환경차 수요가 꾸준히 견조되면서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체감경기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산출된 통계로, BSI가 100을 넘으면 경기가 호전된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울산지역 제조업 BSI는 지난해 7월(100) 이후 13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아 지역 기업 경기가 쉽게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제조업의 경우 화학제품 스프레드 축소 및 글로벌 수요 감소 등으로 석유화학 업종을 중심으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8월 제조업 BSI를 세부항목별로 살펴보면, 원자재구입가격(116) 부담이 큰 가운데 자금사정(65)이 여의치 않고, 신규수주(80)나 매출(84)도 둔화됐다. 이로 인해 제품재고수준(114)은 높은 지수를 기록했다. 특히 원자재구입가격지수(116)와 제품판매가격지수(92)간 스프레드가 24p로 벌어져 치솟는 원자재 구입가격분을 제품가격에 즉각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제조업체들은 주요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재 가격상승(31.1%), 인력난·인건비 상승(21.7%), 불확실한 경제상황(14.6%) 등을 꼽았다. 전월보다 불확실한 경제상황(3.9%p), 인력난·인건비 상승(3.7%p)의 비중이 커졌다.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경기 전망 역시 전월(69) 대비 8p 상승하며 5개월만에 상승 전환했지만, 지수는 77에 머물렀다.
8월 비제조업 업황 BSI는 65로 전월(70)보다 5p 하락했다. 건설 폐기물 운반·처리업을 중심으로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다음달 업황전망BSI는 명절효과 등에 힘입어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개선되면서 전월(67)대비 4p 상승한 71로 조사됐다.
비제조업체들은 주요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재 가격상승(30.5%), 인력난·인건비 상승(17.5%), 내수부진(11.2%) 순으로 답했다. 전월보다 인력난·인건비 상승(5.2%p), 원자재 가격상승(3.1%p)의 비중이 커졌다.
한편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이달 9일부터 17일까지 309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됐고, 이 가운데 267개 기업(제조업 136개, 비제조업 131개)이 설문에 답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