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 추진 중인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이 다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착공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대체 주차장 조성은 아직 부지 정지 단계에 머무르고 있고, 건축 설계 변경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롯데 측은 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들고 있는데 자칫 착공 후 장기 방치됐던 강동리조트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울산시는 24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서범수(울주·사진) 국회의원 및 롯데쇼핑 고위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시가 이날 간담회를 연 것은 롯데가 진행 중인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의 진척이 지나치게 느리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7월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 사업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했다. 당시 롯데는 연말에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울산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조기 착공한 뒤 사업 변경 관련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롯데는 사업을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단계 사업 부지가 KTX울산역 공영주차장인 만큼 2단계 사업 부지에 대체 주차장을 조성한 뒤 1단계 사업에 들어가 주차대란을 막는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지난해 7월 공터로 남아 있던 2단계 부지에 대한 대체 주차장 조성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대체 주차장 조성은 부지 정지 단계에서 중단돼 완공이 요원한 실정이다. 1000면 수준의 대체 주차장을 조성하는데 무려 1년 이상이 걸리고도 아직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올해 7월15일 기준 사업 총 공정률은 3%에 불과할 정도로 진척이 더디다.
롯데 측은 당초 주차장으로 설계했던 1단계 사업 건축물의 1층을 상가로 변경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아직 관련 부서와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최근 원자재 파동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 변화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롯데의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던 임원진이 대거 교체되면서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다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시는 공사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난감한 입장이다. KTX역세권의 핵심 사업인 복합환승센터 건립이 계속 지연될 경우 역세권 전체 활성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가 울산에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진행을 하지 않아 속앓이를 한 전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는 자칫 롯데가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조성에 대해 사업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장기 방치돼 흉물로 전락했던 롯데 강동리조트 사태가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KTX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 추진에 애로사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KTX울산역 개발의 핵심인 복합환승센터를 조속히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범수 의원은 “울산은 롯데 창업자의 고향이어서 울산 시민들이 롯데에 가지는 애정은 남다르다”며 “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 울산시도 적극 지원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롯데도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