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초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아 울산 북구에 집을 마련했습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앞으로 원금부터 이자까지 어떻게 낼지 막막합니다.”
북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정모(33)씨는 월급의 절반가량을 원금 상환과 이자 등 금융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정씨는 “앞으로 금리가 추가로 인상되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장 매물을 내놓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 네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사실상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2030세대 영끌족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으나,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면서 2030세대 영끌족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진입하면서 영끌족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 열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법원 부동산등기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8월 기준 울산지역 내 30대 매수인은 242명으로 2013년1월(241명)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적었다. 30대 매수인이 가장 많았던 2011년12월(1958건)과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전체 매매량 가운데 30대 차지비중은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2016년(1~8월)까지만 하더라도 34.7%를 차지하던 30대 비중이 점차 낮아지더니, 지난해 28.1%, 올해 28.6%를 기록했다.
반면 60대가 전체 매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8월 6.7%에서 올해 1~8월 11.2%로 대폭 늘어났다. 70대 역시 1.6%에서 4.6%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30대와 60대의 부동산 매매 전략이 크게 차이가 날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30대의 부동산 매수세가 금리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안정적인 60~70대는 영향을 덜 받은 것”이라며 “앞서 2020년 ‘패닉바잉’으로 2030세대 아파트 매수세가 지나치게 높았던 것도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매매거래 현황에서도 지난 7월기준 울산지역 30대 아파트 매매건수는 154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지역 주택 매매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30대 매수세가 약해진 것은 젊은층의 인구 유출과 혼인건수 감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역 주력산업 경기 침체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8월 기준 울산지역 30대 인구는 14만1292명으로 8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혼인인구도 갈수록 줄어들면서 올해 2분기 999건을 기록하며, 2분기 기준 가장 적은 혼인건수를 기록했다. 주택을 매입할 인구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들어 집값 하락 전망까지 우세해지면서 젊은층의 주택매수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하락 전망에다 금리 상승으로 거래절벽이 심각한 상황이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의 경우 구축 매매보다는 신축 전월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