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포항제철소 가동 정상화가 길어지는 가운데 울산지역 산업계의 핵심 원자재인 철판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포항제철소의 정상화까지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전망에 주력산업인 조선과 자동차 업계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4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 내 고로 3기와 일부 제강·연주 라인이 이날부터 정상 가동됐다. 그러나 침수 피해가 큰 압연 라인은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규모 추산 및 복구·가동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정상화 시점도 미지수다.
특히 압연 과정은 열과 압력을 가해 용도에 맞게 철을 가공하는 후공정 작업이다. 주로 가전·자동차 강판으로 사용되는 냉연도금제품과 선박 제조용으로 쓰이는 후판 등을 생산한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조선이다. 포항제철소의 연간 후판 생산량은 530만t 규모로, 국내 전체 후판 생산량 규모인 1100만t의 절반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상반기 강재 매입 규모만 해도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만큼 복구과정이 장기화될 경우 지역 조선업계는 후판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를 확보해 놓은 상태라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복구 과정이 장기화된다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업계의 포스코 의존도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주요 매입처는 포스코가 아닌 현대제철과 KCC다. 또 현재 2~3개월 분량의 재고를 가지고 있어 당장 큰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구 작업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제품이 출하되는 시기가 재고가 소진된 이후로 예상됨에 따라, 이후 자동차 강판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자동차 강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t당 5만원·12만원·15만원 인상된 바 있다.
지역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있어 당장 큰 영향이 발생하진 않지만, 추후 강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상황을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본 철강산업의 수해 현장 복구를 총력 지원하고 수요산업 및 수출입 파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강 수해복구 및 수급점검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업계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 따른 재고가 있어 당장 수급 문제는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포항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제품이 있어 업계와 협의해 필요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완전 정상화까지 걸리는 기간에 대해서는 “열연2공장 같은 경우 최대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고 스테인리스 등 다른 부분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정상화에 상당 기간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