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민간 아파트 분양시장이 고분양가 후유증으로 미달사태를 빚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신규아파트 청약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미분양 수렁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울산지역 최근 1년간 평균 분양가격은 ㎡당 543만원으로 전년 같은달(435만원)보다 108만원(24.8%) 올랐다.
3.3㎡당(평당) 분양가는 1793만원으로, 전월(1798만원)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1년 전(1436만원)과 비교하면 356만원이 더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4.92% 상승했으며, 울산지역 상승률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 (24.74%), 경기(20.58%), 인천(19.69%), 강원(16.98%) 순이다. 특히 울산의 3.3㎡당 평균 분양가격(1793만원)이 울산보다 주택매매가격이 높은 대구(1678만원)나 인천(1704만원) 경기(1658만원)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분양가격이 치솟자 외곽지역 청약시장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울주군 e편한세상 서울산 파크그란데는 593가구 모집 중 93건의 접수에 그쳤고, 659가구를 모집했던 울산덕하역 신일 해피트리 더루츠 역시 79가구 접수에 그쳤다.
1순위 완판 행진을 이어갔던 남구에서도 1순위 미분양 물량이 나왔고, 결국 후순위에서 이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최근 남구 신정동 일원에 분양한 ‘울산대공원 한신더휴’ 전용면적 84㎡가 8억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로 인해 1순위 마감에서 실패했으나 2순위에서 청약자 모집에 성공한 것이다.
이와 같은 지역 분양 단지들의 미분양 행진은 올해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남과 함께 대출규제는 여전해 청약 수요가 위축된 까닭으로 분석된다. 주택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추가 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치며 집값이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청약에 등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청약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연말까지 울주군 범서읍에 조성되는 신혼희망타운 835가구와 남구 신정동 402가구 등 모두 2698가구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역 건설사들은 부동산관련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분양일정을 미뤄왔지만 기대보다 공개된 규제 완화폭은 적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첫 4회 연속 올리면서 분양 전까지 각 업체들이 투입해야 할 금융 비용이 대폭 확대됐다. 이 때문에 늘어난 부담을 버티지 못한 공급자들이 하반기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신규 분양물량이 쏟아진다면 청약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청약시장에서는 수요자들이 아파트 브랜드나 가격을 꼼꼼하게 따지는 옥석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연말까지 신규 공급이 지속된다면 청약이 미달되는 현장이 계속해서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