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울산 아파트값에 대한 하락 전망이 뚜렷해지자, 실수요자들이 무리해서 내 집 마련에 나서기보다는 전세로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통계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9월 울산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3.2를 기록, 8월(121.6)보다 1.6p 상승했다. 서울을 비롯한 특·광역시 중 울산지역 전세수급지수가 가장 높았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 사이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공급 부족 비중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전국 광역시 중 울산만 유일하게 기준점을 넘어섰으며, 6개 광역시 평균 전세수급지수는 89.6이며, 전국은 102.5다.
매매시장의 매수자·매도자 동향을 보여주는 매수우위지수의 경우 울산이 19.8로 전국평균(21.9)에 못 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세수급지수가 공급부족 비중을 나타내는 지수지만, 현재 울산지역 전세물량은 지난해 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수준이다. 매매거래가 힘들어지자,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울산 아파트 전세 매물은 2966건으로 1년 전(1490건) 보다 99.0% 증가했다.
이처럼 전세 매물이 1년새 두 배가량 늘었지만,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점을 크게 웃돌고 있어 그만큼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울산 남구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물량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지역 아파트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이사를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이 매매보다는 전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역 인기 아파트 전셋값은 여전히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남구 옥동롯데인벤스로얄(84㎡)이 6억5000만원(6층)으로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앞서 4월 계약(5억5000만원·19층)보다 1억원이 더 오른 것이다. 또 지난 17일에는 중구 유곡푸르지오(114㎡)가 4억8000만원(20층)에 전세 세입자를 만났다. 이 역시 역대 최고가격이다.
이처럼 학군 등 우수한 거주 인프라를 갖춘 일부 아파트에서는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당분간 전셋값도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충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울산시지부장은 “한동안 지역에 신규 공급이 뜸했는데, 올해 초부터 신축 입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잔금 지급 일자를 맞추기 위해 저렴하게 전세를 놓는 경우도 많은데, 주변 아파트 전셋값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상당수의 입주예정 물량이 대기 중인 상황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