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역 조선업계의 인력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요구한 조선업계 인력양성사업 예산이 정부 논의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초호황기를 맞아 일감이 늘었지만 인력난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를 위한 지원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정부가 정작 인력사업예산은 대폭 삭감해 울산 조선산업 전반에 찬바람이 불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4일 국회 산업통장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가 반영을 요구한 조선업계 인력양성사업 예산 200억원 중 60억원만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가 요구한 ‘지역조선업 생산인력양성사업’ 120억원 중 60억원만 정부안에 반영됐고, 신규사업인 ‘조선해양 미래혁신인재양성 허브사업’ 예산 80억원은 정부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2020년부터 시작된 지역조선업 생산인력양성사업은 부산·울산·경남과 전남·전북지역 생산인력을 대상으로 교육훈련과 채용지원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조선업 밀집지역 조선사에 숙련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에 향후 3년간 총 사업비 489억6000만원 중 매년 120억원(총 360억원)의 국고 투입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의 심의 과정에서 절반으로 삭감됐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도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신규사업인 조선해양 미래혁신인재양성 허브사업 예산은 80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조선업 밀집지역의 기술인력(대·중형사와 기자재사 재직자 및 석·박사)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융합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을 지원하는 사업인데, 정부안에 일괄 미반영된 것이다.
이외에도 △친환경선박 수리·개조플랫폼 고도화 지원(6억원) △조선해양 벌크표준화 실증지원(5억원) △조선해양 기자재 디지털협업플랫폼 구축사업(5억원) 등 신규사업 예산 16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진행 중인 사업 중에선 연구개발(R&D) 사업인 친환경중소형선박 기술역량강화사업 예산이 58억1000만원에서 52억9800만원으로 5억원 이상 줄었고, 기자재기업을 지원하는 조선해양기자재 해외시장 진출확대 사업 예산이 25억1000만원에서 21억8000만원으로 3억원 가량 삭감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선박 수주 가뭄 아래 대규모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업무특성상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임금수준이 타 업종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기존 인력 이탈과 함께 신규 유입마저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조선업의 근본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된 선박 생산 일정에 맞추는 데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은 수주 호황으로 올해 하반기 4만7000명(협력사 제외)가량의 생산기술인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약 3만8000명에 불과해 9000명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울산출신 국민의힘 권명호(동) 의원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선업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권명호 의원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참고인이 건의한 사항에 대해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논의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이창양 장관에게 강력하게 요구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