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강도 긴축으로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기존 차주들이 빚 조기상환 행렬에 나서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울산지역 예금은행의 기타가계대출(신용대출 포함) 잔액은 4조1303억원으로 전월(4조1926억원) 대비 623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지역 예금은행의 기타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4조4849억원) 이후 8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최근들어 감소폭이 더 커지는 추세다.
이는 신용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단기물 금리가 급등해 신용대출 금리가 치솟자 차주들이 신용대출부터 갚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6%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신규취급액 기준 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연 6.24%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7월(6.25%)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신한은행 신용대출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대출S’의 금리(금융채 12개월)는 이날 기준 연 7.15~8.05%로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섰다. 국민은행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 상단도 연 7%대를 웃돈다.
시장에선 은행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조만간 9%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오는 11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p 인상), 12월에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내 은행권에서도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려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농협은행의 한 영업점 관계자는 “금리가 워낙 오르다 보니 새로 대출 받는 고객은 거의 없다. 일반적인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문의보다 ‘안심전환대출’이나 예·적금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작년만 하더라도 기존 대출이 만기되면 연장하는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출금의 일부라도 상환하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시 활황기에는 신용대출 등을 받아 ‘영끌 투자’에 나선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들어 이런 현상이 사라졌고, 대출 잔액이 줄어든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도 계속 오르면서 연말까지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감소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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