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정권 차원의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경 투쟁 기조를 거듭 천명하면서, 법정 시한(12월2일)은 물론이거니와 연내 예산안 처리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예산안이 여야 합의로 원만하게 처리되기를 기대하지만, 국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전망이 어두운 것도 사실”이라며 “법정 시한은 물론 해가 바뀔 때까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여지도 없지 않아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준예산 집행 시 일단 새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사업 관련 예산은 전액 쓸 수 없게 되고, 사실상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한 관리비, 인건비 등만 지출할 수 있다. 과거 정부가 예산 심사 표류 가능성을 고려해 준예산 편성을 준비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집행까지 이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전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을 감행한 연장선에서 ‘준예산 사태’도 배제하지 않는 기류다.
이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를 우려해 국민의힘은 ‘최악의 수’를 피하고자 민주당의 일부 예산 증액·감액 요구에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이른바 ‘포퓰리즘성 예산’ 요구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당정 간 사전 조율된 확고한 방침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다”며 건전 재정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이제 막 국회 상임위별 예산 심사가 개시되는 만큼 여러 경우의 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보다 당분간 국회 상황을 예의 주시할 전망이다. 김두수기자·일부 연합뉴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