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다수 기업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셧다운’ 상황을 장기간 이어갈 수도 없고, 가동할수록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을 예측하면서도, 일부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공장 재가동에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유분 에틸렌 스프레드(마진)는 올해 1분기 평균 t당 278달러에서 3분기 180달러로 약 35%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335달러)와 비교하면 46% 급락한 것이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으로 보통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현재 에틸렌 스프레드라면 생산을 하면 할수록 손해인 셈이다.
호황기였던 2016년~2017년에는 400~800달러를 오가기도 했고, 지난해까지만 하더라고 300달러를 웃돌았지만, 올해 초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이처럼 에틸렌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나프타 가격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지만, 경기침체로 화학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NCC를 보유한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스프레드 악화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매출은 1조8871억원, 영업이익은 2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63.1% 감소한 것이다.
특히 합성고무 사업 영업이익이 84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62.2% 급감했고, 최근에는 울산 고무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올해 셧다운 기간도 기존 25일에서 32일로 늘렸다.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큰 편인 롯데케미칼도 3분기 매출 5조6829억원,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했다. 낮아진 원료가격이 늦게 반영되고 제품 수요가 줄어 스프레드가 줄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에 롯데케미칼은 올 들어 울산공장 메타자일렌과 파라자일렌 생산라인 2개를 멈췄다.
대한유화도 3분기 영업손실 601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은 472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46% 감소했다. 지난 9월13일부터 정기 보수 기간을 가졌던 대한유화 울산공장은 이달 초 한차례 보수기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일단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정비와 안전에 집중한 뒤 업황이 회복되면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보수기간을 장기간으로 끌고 갈 수 없는 상황 등을 고려해 이날 공장 가동을 재개했다.
대한유화 관계자는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손해가 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더 이상 중단기간을 연장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나프타(납사) 등 원재료 저장공간에 대한 한계도 있고, 가동을 계속해서 미루다간 자칫 공급처를 뺏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석유화학 시황이 당분간 계속 좋지 않겠지만, 더이상 악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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