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친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연료유 등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화학제품 비중을 늘리기 위한 차원이다. 특히 정유 사업에서 쌓은 기술력을 석유화학에 접목해 친환경 소재 생산으로 이어가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현재 석유화학 업황이 부진을 겪고 있지만, 친환경 고부가 제품 시장은 성장세가 탄탄하다는 판단이 바탕에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OIL은 최근 이사회에서 ‘샤힌(shaheen) 프로젝트’ 투자결정을 의결, 종합 석유화학 기업으로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S-OIL은 2026년까지 9조2580억원을 들여 울산에 세계 최대 규모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기초유분 생산설비)를 구축하게 된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S-OIL은 연간 최대 320만t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로써 S-OIL의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으로 향상된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일찌감치 전기차 배터리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며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지난달 창사 60주년을 맞아 친환경 에너지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울산CLX는 2030년까지 탄소 50% 감축, 205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생산 과정과 제품의 그린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 조성과 설비 전환 및 증설을 통한 친환경제품 확대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올레핀을 비롯한 석유화학 사업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GS칼텍스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전남 여수 제2공장 올레핀 생산시설 ‘엠에프시(MFC)’를 준공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 ‘에이치피시(HPC)’ 공장을 설립해,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인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탄소중립 등 전세계 국가의 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석유제품 시장은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정유사로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으로 보인다. 또 정유사들이 석유화학 제품을 직접 생산하면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하기도 하다.
정유사들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가격경쟁력만 놓고 보면 기존 석유화학 회사들이 정유사들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나프타를 원료로 투입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사용하는 반면, 정유사들은 나프타뿐 아니라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액화석유가스(LPG) 등 다양한 유분을 원료로 투입할 수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앞선다”면서 “기존 석유화학 회사들은 고부가가치 소재를 적용하거나 친환경 제품에 집중하는 것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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