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중구 원도심에 설치됐던 벤치형 ‘아트오브제’가 철거된다. 차량통행을 일방향으로 조정하면서 보행공간을 넓힌 옛 울산초등학교 앞 문화의거리에 보행로의 절반을 차지하는 벤치형 조형물이 등장한 것은 2019년이다. 울산 중구가 ‘올해의 관광도시’로 지정되면서 예술적인 벤치를 설치하고자 했던 것으로, 취지는 좋았으나 문제점은 처음부터 안고 있었다.
누가 지었는지 이름만 근사한 ‘아트오브제’는 설치하자마자 누가 봐도 놀랄 만큼 규모가 컸다. 보행공간을 절반 이상이나 잠식하는 바람에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이라는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재료인 고성능 콘크리트(UHPC)를 사용하면서 4개월여 만에 결로현상과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까지 새나오게 돼 있어 주변환경과의 조화도 문제가 됐다.
예산은 국비 50%를 포함해 7억원이나 들었다. 중구는 결로와 균열을 재료의 특성에 따른 문제점으로 파악했으나 개선방안을 찾지 못했고, 국비 지원을 받은 사업이라 섣불리 철거도 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용도폐기할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김영길 중구청장은 취임하자마자 행정적 어려움을 검토한 다음 부분 철거를 결정했다. 24일 열린 중구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담당자는 “벤치 기능을 하는 석재 부분 등 일부를 남기는 선에서 아트오브제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시 속의 조형물은 무엇이든 섣부르게 설치해서는 안 된다.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전제돼야 하고 조형물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사람이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다시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도시의 조형물은 사람이 만들지만 그 조형물은 알게 모르게 주민들의 정서와 생활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건축물은 말할 것도 없고 조형물이나 조그마한 장식물 하나도 함부로 설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사실 우리 도시는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주로 정치인들이 치적물로 삼고자 설치한 것들로, 조형성에서나 실용성에서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시각공해만 불러 일으키는 것들이 적잖다. 보행을 방해하는 구조물에 다름아닌 ‘아트오브제’를 과감하게 덜어내는 것과 동시에 원도심 곳곳에 설치돼 있는 예술성 없는 조형물과 화분들도 대부분 치웠으면 한다. 옛 울산교(초등학교)에서 울산교(다리)까지만이라도 속 시원하게 걷고 싶은 거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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