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 업황 한파로 실적 충격(어닝 쇼크)을 겪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것이 유력해졌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35조4936억원 영업이익 2조6638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7.1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8.1%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가 맞아떨어질 경우 현대차는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기아 역시 마찬가지다. 기아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2조3561억원 영업이익 2조1655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21.7%, 34.8% 증가한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 두 회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합하면 4조8293억원에 달한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3조원을 돌파하고, 기아도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현대차·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로 인해 현대차·기아가 1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장사 분기 영업이익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는 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순위는 삼성전자(14조1214억원), HMM(3조1486억원), SK하이닉스(2조8596억원), 포스코홀딩스(2조2576억원), 현대차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쪼그라들고, SK하이닉스도 3조6353억원(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되면서 순위는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1분기 현대차·기아의 역대급 성장 배경으로는 미국과 유럽 등 핵심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3월 미국에서 총 38만2354대를 판매해 역대 1분기 최다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상대적으로 비싼 차를 더 많이 판 ‘판매 믹스’(차량용 구성비율) 개선도 한몫했다.
한편 국내 완성차업계의 자동차 수출 단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향후 자동차업계의 영업이익 개선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자동차 1대당 수출 가격은 2만1276달러(약 2810만원)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1만5147달러(약 1998만원)에서 5년 만에 40.5% 오른 수치다. 올해 들어서는 2월 평균 수출 단가가 2만2515달러(약 2970만원)로 작년 평균을 웃돌았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 대수(230만333대)가 전년 대비 12.7% 증가한 데 비해 수출 금액(489억4105만달러·약 64조5780억원)은 같은 기간 18% 늘어 수출이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달성하고 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