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울주군 온산읍의 한 과수원에는 윙윙거리는 벌 소리조차 듣기 어렵다. 개화시기부터 봄철 내내 과수원 어디서나 목격되던 벌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일대 과수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과수나무 특성상 꽃이 지고나면 열매를 맺기 어렵다보니 올해 농가에서는 꽃가루를 사서 꽃마다 발라주며 인위적으로 수분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양봉농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울산지역의 벌은 지난해 대비 60~65%가 감소했다. 울산 벌 2만9455군 가운데 1만7673여군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이경화(87)씨는 “올해처럼 과수원이 조용하기는 농삿일 40년 만에 처음”이라며 “일할 사람도 없어 자식들 불러서 겨우 인공수분을 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아침·저녁으로 추운 기온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가 반복되면서 마디마다 꽃이 피기도 전에 떨어져 과수가 맺힐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란 호소다. 양봉농가도 올해 아카시아 나무의 수분 작업이 원활하지 못해 꿀 작황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수분과 냉해, 비 피해로 올해 꿀을 두고 ‘물꿀’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울산지역의 벌 개체수 감소는 지난해 응애(진드기류 해충) 작업 실패로 벌이 약해진 상태에서 월동에 들어간데다 지난해 11월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제대로 겨울을 나지 못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농협 등에서 수정용 벌, 드론 수분 작업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농가들은 일부 지원에 규모도 크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문제에도 원인이 되는 벌 개체수 감소를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울산 내 양봉 농가 지원을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 중”이라며 “3만군 가량되는 벌에 추경예산으로 월동벌 면역강화 관련 4억9000만원(시비 1억9000만원, 구·군 부담)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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