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성장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온 산업수도 울산의 성장세가 완연히 꺾였다. 주력 산업의 동반 침체 속에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지표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부자도시라는 타이틀은 더이상 울산의 것이 아니다. 2015년 120만명을 돌파했던 인구는 어느새 110만명선까지 야금야금 줄어들었고, 이대로라면 광역시 사수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 새로운 시작을 향한 변곡점이 형성되고 있다.
울산은 근본적으로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도시인 만큼 주력 산업의 흥망에 따라 도시의 성쇠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대학을 찾아 울산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도시의 성장 동력은 꺾이고 있고, 일자리가 없어 외지에서의 유입도 쉽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해 민선 8기 울산시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산업단지 조성으로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울산의 재도약을 이끈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민선 8기 출범 후 울산에는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무려 1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가 14일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에 9조원을 투입하면서 스팀 크래커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해 석유화학 분야의 생산을 늘린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기 위해 2조원을 투자한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배터리 소재 기업 변신을 위해 1조원을 투자, 이차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신·증설한다. 롯데케미칼과 SK가스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신설에 32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각종 공사는 물론 준공 후 가동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가 다량 창출되고 세수 역시 증대된다.
시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말이 나오더라도 울산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기업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 전담 지원팀 신설이다. 앞서 시는 현대차 전기차 울산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공무원 2명을 파견했고, 큰 성과를 냈다. 개발 행위 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각종 돌발 변수가 튀어나왔지만 지원팀을 중심으로 이를 풀어냈고, 2025년 준공을 향해 순항 중이다. 조 단위 투자에 나선 S-OIL과 고려아연에도 지원 TF를 가동해 대규모 야적장 부지 확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는 올 하반기부터는 조직 개편을 통해 공약추진단을 신설하고 산하에 기업 현장 지원팀을 배치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시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은 투자 기업들에게 호재이지만 걸림돌도 여전하다. 기업 유치는 모든 지자체의 공통 현안이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행정 지원 외에 기업이 요구하는 조건도 충족시켜줘야 한다. 다른 지자체들이 공장 부지를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며 팔을 걷고 있지만, 울산에는 마땅한 부지가 충분치 않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최대한 이양 받는 것이 그 열쇠가 될 것이다.
각종 투자지구 운영을 통한 혜택 제공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예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차전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이다.
울산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걸음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인구 증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면서 각종 피해를 감수했던 울산을 위해,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부 차원의 관심이 요구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