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조선업계가 1분기에만 올해 수주 목표의 절반 이상을 달성하는 등 호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연이은 악재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력난, 금리인상세가 여전한 데다 철강업계와의 상반기 협상에서 후판가격 인상이 결정되면서 트리플 악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쳤다. 세부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폭 인상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철강·조선업계는 후판 가격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쳐왔다. 통상적으로 상반기 후판 가격은 4월말에 결정되는데 1개월 이상 지연된 것이다. 철강·조선업계 1위인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협상을 마치면 현대제철·동국제강,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이 뒤따르는 것이 전례다. 이들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지연된 배경으로는 후판 가격의 상승세가 꼽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산 중후판(20mm)의 1차 유통가격은 3월에 t당 120만원으로 올랐다. 2020년 하반기에는 t당 60만원에 불과했는데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후판 가격은 2021년 상반기 직전 연도보다 10만원 오른 t당 70만원대로 결정됐다. 같은 해 하반기 40만원이 추가로 인상돼 110만원대로 뛰었으며, 2022년 상반기엔 10만원 더 올라 120만원 선까지 상승했다. 전년 하반기에는 10만원 인하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철강·조선업계는 지난해 말 가격인 ‘t당 93만원’을 기준으로 협상을 벌여왔다. 철강업계는 철광석 가격과 전기료가 올랐다며 100만원대 인상을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업계는 “제조원가의 20%가 후판인데 더 이상 인상하면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80만원대로 인하를 요청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철강·조선업계가 가까스로 합의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가격이 결정되면서 철강·조선업계 불만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철강업계로선 원자재·전기료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조선업계도 급상승한 후판 가격을 낮추지 못하면서 수익성을 크게 높이기는 어렵게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상호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이해 가능하고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했다”면서도 “세부적인 가격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