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6)]물먹는 국화 수국(水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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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6)]물먹는 국화 수국(水菊)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6.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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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수국(水菊)은 본격적인 여름의 초입을 알리는 꽃이다. 울산에서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남구 장생포동 고래문화마을에서 수국 페스티벌이 열렸다. 수국 축제는 울산 말고도 제주도 등 남쪽 지방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화려했던 철쭉과 장미가 지고 난 뒤 마땅한 볼거리가 없는 요즘, 수국은 두 주먹만한 큰 꽃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을 보며’ 일부(이해인)

수국은 작은 꽃송이 여러 개가 큰 공 형태로 뭉쳐 핀다. 이해인 수녀는 시 ‘수국을 보며’에서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이라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웃들이 수국처럼 둥글게 모여 웃는 모습을 그렸다. 이웃의 웃음이 바로 수국의 꽃무더기인 것이다.

수국은 6월이 되면 화려함이 절정을 이룬다. 장마철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비의 꽃’으로도 불린다. 수국은 카멜레온처럼 색깔이 계속 변한다. 색이 변하는 것은 토양의 성분 때문이다. 중성 토양에서는 하얀색, 산성이 강한 흙에서는 파란색, 알칼리성에서는 빨간색의 꽃잎이 돋아난다. 한 그루에서도 뿌리의 길이나 수분 흡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색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수국을 ‘비단으로 수놓은 공’이라는 뜻의 수구화(繡毬花)라고도 불렀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수국을 처음 보고 ‘세상의 꽃이 아니라 신선들이 사는 선단의 꽃’이라고 격찬하며 ‘보랏빛 태양의 꽃’이란 뜻의 ‘자양화(紫陽花)’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수국은 색깔이 워낙 다양해서 꽃말도 여러가지가 있다. 색깔의 변화는 ‘변심’, 보라색은 ‘진심’, 파란색은 ‘냉정’, 빨간색은 ‘처녀의 꿈’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통틀어 할 수 있는 말은 ‘아름답다’라는 것.

수국(水菊)은 원래부터 물을 좋아하는데, 식물학상 수국의 속명인 ‘히드란게아(Hydrangea)’는 ‘물’을 뜻하는 하이드로(hydro)와 ‘그릇’을 뜻하는 안게리온(angerion)이 합쳐진 말이다. 곧 장마가 오면 수국은 더욱 신선한 꽃을 피어올릴 것이다. 수채화같은 여름 초입의 풍경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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