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이 빠짐없이 검출되는 등 마약이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한 가운데 하수관로를 역추적해 마약류 성분 배출 장소를 특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검출 센서를 개발할 경우 실시간 수사를 통해 마약 청정도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전국 17개 시·도별 하수를 채집해 필로폰·코카인·엑스터시 등 주요 불법 마약류 7종을 검사한 결과 전국 34개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필로폰이 검출됐다. 특히 항만 지역인 울산, 부산, 인천의 필로폰 평균 사용 추정량은 31.63㎎으로, 다른 지역 18.26㎎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마약 사범이 잇따라 단속되면서 마약 예방 릴레이 캠페인인 ‘노 엑시트’(NO EXIT)’ 캠페인이 이어질 정도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마약 근절·예방책이 거론되는 가운데 울산의 가정이나 사업장마다 깔린 하수관로를 통해 마약류 성분 배출 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는 방안이 제기된다.
현행 마약류 성분 배출 검사는 하수의 최종 집결지인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구조다. 체내에서 배출되는 대사물에 섞인 마약류가 하수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드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특히 울산은 우수와 하수를 하나의 관로로 처리하는 분류식이어서 시료 채취가 쉽지 않은 타 시도와는 달리 가정이나 사업장 등에서 배출되는 하수만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드는 합류식을 채택하고 있어 시료 채취에 효과적이다.
분류식의 경우 마약 성분이 다량 검출된 하수처리장을 먼저 찾아낸 뒤 의심 지역의 간선 관로에서 시료를 채취해 조사하고, 이후 농도가 높은 간선으로 연결된 지선으로 조사 범위를 점차 좁히면 된다. 같은 방식으로 지선 관로에서 연결된 가정이나 유흥업소 등 사업장으로 역추적하면 다량 배출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관련 데이터를 누적 확보한 뒤 이상이 생기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된다.
마약류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면 자동으로 자료를 전송받아 실시간 수사도 가능할 전망이다. 홍보를 강화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기대된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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