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문방구VS무인문구점]따스한 매력이냐 골라사는 재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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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문방구VS무인문구점]따스한 매력이냐 골라사는 재미냐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6.26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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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인 문구점 내부에 다양한 제품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인 점포의 특성상 모든 물건들에 가격표와 바코드가 붙어있다.

‘옛 것과 새 것’ ‘어른과 아이’ ‘여름과 겨울’ 등 우리 주변에 친숙하면서도 대비되는 소재가 많다. 하나의 사물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바쁜 현대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다. 본보는 지면과 경상일보 TV에 ‘○○ VS ○○’ 코너 기획을 통해 독자들의 가려움을 긁어준다.

▲ 홍춘화씨가 운영하는 문구사에서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맵지 않게 만든 떡볶이가 막 완성되었다.
▲ 홍춘화씨가 운영하는 문구사에서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맵지 않게 만든 떡볶이가 막 완성되었다.

학교 앞 문방구는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에게 지나치지 못하는 방앗간 같은 존재다. 문방구는 인터넷 쇼핑이 일상화된 요즘에도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형태가 달라지고 수는 훨씬 줄어들었다. 선반 위에 켜켜이 물건을 쌓아 올려놓은 추억 속 문방구가 있는 반면, 바코드로 계산하는 무인 문방구도 있다. 각자의 매력으로 ‘꼬마 손님’을 끄는 문방구들을 소개한다.

◇인정 가득한 중구 ‘ㅅ 문구사’

홍춘화씨는 초등학교 앞에서 ‘ㅅ 문구사’를 운영한 지 32년째다. 인생의 대부분을 아이들과 함께한 홍씨는 아이들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한창 때는 아이들 학년만 듣고 필요한 준비물을 척척 건네주기도 했다. 급하게 준비물을 구입한 뒤 학교로 내달리는 아이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꼈다. 인근에 9개나 되는 문방구가 있어 신속·정확성이 필수였다고 웃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문방구는 홍씨네 가게 한 곳뿐이다.

▲ 홍춘화씨가 문구사 내 최고 인기메뉴 ‘콜팝’을 만들고 있다.
▲ 홍춘화씨가 문구사 내 최고 인기메뉴 ‘콜팝’을 만들고 있다.

그래도 홍씨는 문방구를 운영하는 것이 고되지 않다. 여전히 하루 100~200명씩 꾸준히 문방구를 찾는 아이들이 있고, 때론 졸업 후에도 찾아오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홍씨는 개업할 때부터 매일 정성껏 먹거리를 만들어 팔고 있다. 컵 아랫단엔 콜라 슬러시를 담고 위쪽엔 바싹하게 구워낸 소시지를 양념해 담아주는 ‘콜팝’이 단연 인기다. 아이들 입맛에 맞춰 맵지 않게 만든 떡볶이도 선호도가 높다. 울산의 명물이 된 ‘물라면’과 ‘연필심 쫀드기’도 저렴하게 팔고 있다.

홍씨는 “학생 수가 적어지고, 준비물도 학교에서 제공하면서 사실 문방구에 아이들이 들를 일이 거의 없지만, 집이기도 하고, 소일거리 삼아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졸업한 아이들이 장성해서 여자친구까지 데리고 ‘이모 아직도 영업하시네요’라고 인사하면 어릴 때 얼굴이 생각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 무인 문구점에선 사람 대신 키오스크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나와 아이들을 반긴다.
▲ 무인 문구점에선 사람 대신 키오스크에서 녹음된 목소리가 나와 아이들을 반긴다.

◇무인 운영 남구 ‘ㅎ 문구점’

인정 넘치는 주인아주머니가 있는 옛 문방구가 사라진 자리는 ‘무인 문구점’이 대체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 누구의 도움 없이도 원하는 물건을 골라 키오스크로 능숙하게 계산까지 마친다.

남구의 한 무인 문구점은 인근에 초등학교·중학교뿐만 아니라 대학도 있어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인다. 내부도 아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마스코트 캐릭터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무인 문구점의 특성상 모든 물건에는 가격표와 바코드가 붙어있다.

친근한 인사로 맞아주는 사람은 없지만, 녹음된 기계음이 들어오는 꼬마 손님들을 반겨준다. 아이들은 익숙한 듯 입구 옆 바구니를 집어 필요한 물건들을 담는다. 직접 만져보고, 때로는 다른 물건들과 비교해 가며 자신만의 장바구니를 채워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로 향한다.

문구뿐만 아니라 라면 등 식품도 있어 복잡해 보이지만, 온라인 쇼핑과 키오스크에 완벽히 적응한 세대답게 다양한 구성에 더 즐거워하며 친구들과 추억을 만든다.

무인 문구점에 만난 초등학생 A군은 “반에서 무인 문구점을 비롯해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사지 못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이용이 어렵지 않고 편해서 자주 찾는다”고 무인 문구점의 장점을 설명했다.

자녀와 함께 방문한 30대 주부 B씨도 “시대가 변하면서 키오스크가 계속 늘어나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면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문도 못 하고 돌아올 정도다”며 “아이에게 무인점포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찾게 됐다”고 말했다.

글·영상=전상헌 기자·김은정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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