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바위그림 답사기, ‘다큐텔링’기법으로 들려주는 암각화 이야기
상태바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의 바위그림 답사기, ‘다큐텔링’기법으로 들려주는 암각화 이야기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6.2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70년 울산 울주 천전리 각석 발견 이후 53년 만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바위글·바위그림 입문서가 나왔다.

한국역사연구회가 펴낸 ‘금요일엔 역사책’의 네 번째 시리즈로 나온 <암각화, 바위에 새긴 역사>는 답사기 형식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암각화에 대한 일종의 바위그림 개론서다.

책은 1980년대 말 암각화와 인연을 맺은 전호태(사진)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직접 전각 작품으로 표지를 디자인하고, ‘암각화 유적 답사 중 대화’ 형식으로 자세히 설명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시작은 누구나 궁금해하는 의문인 ‘바위그림은 왜 그렸을까’로 출발한다. 다큐멘터리 스토리텔링을 합쳐 ‘다큐텔링’ 기법으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책을 써 내려가는 전 교수는 당시 선사인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닌 돌로 기억을 남기고, 떠오르는 생각을 남기며 자연스레 신앙을 키웠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우리나라에 암채화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인도 치투르 지역 말라야발리와 달리 한국은 사계절 온도와 습도 변화가 심하기에 오랜 세월 전해지기 힘든 환경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또 ‘고래바위와 글바위’에서는 4차례에 걸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와 고래도 포함된 두 번째 암각, 신라 화랑들이 수련하던 곳에 새겨진 천전리 각석과 그곳에 새겨진 기하문의 비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호태(사진)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전호태(사진)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이렇듯 전 교수가 안내하는 우리나라 암각화의 세계는 생소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다. 울산 반구대 바위에 맹수들을 새긴 사람들이 육식동물의 힘과 날카로움에 외경심을 가지고 사냥의 대상이 아닌 숭배의 대상으로 삼았을 수 있다는 추정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반구대 고래 암각화에 나타난 고래잡이가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을 사실로 확인시켜 준다는 언급은 잘 몰랐던 선조들의 삶에 한 걸음 다가간다는 흥분을 자아낸다. 천전리 각석에 기하문을 새겨 넣은 사람들이 농경 관련 제의를 치르던 농사꾼일 가능성이 높다는 서술은 기하문처럼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암각화를 농경문화와 접목해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만 발견된 검파문 암각화나, 성기문이 많은 수곡리 암각화, 하늘의 움직임을 담은 윷판문 암각화 등 선사인이 풍요를 꿈꾸며 새긴 울산 지역 외 바위그림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전 교수는 “바위그림으로 통칭하는 암각화 연구가 국내에서 의미 있는 연구 분야로 자리 잡는 데에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며 “나름 쉽게 풀어 쓰느라 애쓴 이야기가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암각화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20쪽, 1만5000원, 푸른역사.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울산 앞바다 ‘가자미·아귀’ 다 어디갔나
  • 축제 줄잇는 울산…가정의 달 5월 가족단위 체험행사 다채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지방시대, 울산혁신도시 대해부]경남과 광역화, 울산 취준생에겐 ‘악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