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경제 기적의 출발점인 산업수도 울산이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산업에 이어 이차전지 산업을 또 하나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울산시는 이차전지 산업의 경쟁력을 조속히 확보하기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경북 포항, 충북 오창, 전북 새만금 등이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나서면서 지정을 선뜻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본보는 세 차례 기획을 통해 국가첨단전략산업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의 필요성과 당위성 등에 대해 살펴본다.
◇주력 산업 위기 돌파구 필요
최근 지역의 주력 산업이 잇따라 고전하면서 울산은 미처 경험하지 못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인 탄소 중립 기조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저탄소 산업 구조로의 개편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기존 내연차 중심에서 수소·전기차로 급속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관 기업의 전동화 전환율은 50%에 그치고 있다. 조선은 설계·연구 인력이 2016년 대비 73%나 줄었고, 현장의 일손 부족 현상도 겪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수출 단가 하락과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수출액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올 3월 기준 석유제품의 수출액은 2022년 3월 대비 2.2%, 화학제품은 같은 기간 42.1%나 줄었다.
주력 산업의 위기는 울산 인구 감소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 유출의 55.1%를 차지하는 청년층의 제조 현장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시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차전지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육성키로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기존 주력 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미래 신산업으로의 연계·전환을 통해 주력 산업의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안 떠오른 이차전지 산업
시가 신산업으로 발굴한 분야는 주력 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이차전지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화에 따라 전기차나 산업용 초소형 전기차의 비중이 늘면서, 조선은 전기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차전지를 다량 활용하는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바인더 등 소재 분야에서, 비철금속은 유가금속 회수 등 소재 재활용 사업에서 이차전지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는 현세대 배터리의 고성능·고에너지 밀도화를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선점해야 하는 미래형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기술력 확보를 위해 특화단지 지정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지역 화학기업 업종전환·창업 활발
석유화학 및 정밀화학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이수화학은 국내 최초 차세대 전고체 리튬 이차전지 원료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업종 전환을 진행 중이다. 연간 20t 수준인 국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규모의 차세대 전고체 리튬 이차전지 전해질인 황화리튬 데모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지난 4월 미국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회사인 KBR과 전고체 배터리 소재 황화리튬의 상업 공정 공동 개발에 나섰다.
국내 유일의 이산화티타늄 제조 업체인 코스모화학은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고에너지밀도 양극 원소재 생산설비를 구축한 데 이어 에코프로이엠과 428억원 규모의 황산코발트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차세대 리튬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창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차전지 양극 소재 개발 스타트업인 에스엠랩은 울산시와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니켈 함량 98%의 단결정 양극재 개발 및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섰다. 인켐스는 울산테크노산업단지 안에 연산 70~100t 규모의 대기안정형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올 하반기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차전지 산업 육성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근거 마련을 위해 이차전지 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수도의 역량을 양분 삼아 이차전지 산업을 울산을 넘어 우리나라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