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9)]나리 또는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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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09)]나리 또는 백합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07.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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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7월 들어 나리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나리꽃은 화려함과 청초함을 동시에 지닌 꽃이다. 아침에는 청초함이, 낮에는 화려함이 돋보인다. 나리는 한자로 표기하면 백합(百合)이다. 영어 명칭은 lily다. 나리와 백합이 같은 꽃이라고요? 의외로 두 꽃을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난 1998년 농촌진흥청은 다수의 문헌 등을 토대로 나리와 백합을 순수 우리말인 ‘나리’로 통일하도록 권장했으나 백합은 여전히 쓰이고 있다.



가시밭의 한송이 흰 백합화/ 고요히 머리 숙여 홀로 피었네/ 인적이 끊어진 깊은 산속에/ 고요히 머리 숙여 홀로 피었네/ 어여뻐라 순결한 흰 백합화야/ 그윽한 네 향기 영원하리라 ‘한송이 흰 백합화’ 1절(김성태 작시·작곡)
 

백합은 희고 순결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백합의 한자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백합(百合)은 흰백(白)자가 아니라 일백백(百)자에, 합할 합(合)자를 쓴다. 백합의 구근에는 작은 양파 모양의 비늘줄기(鱗莖)가 있는데, 이 인경이 백 개의 인편(鱗片:비늘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백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찌감치 화훼산업이 발달한 네덜란드 화훼업자들은 ‘나리’를 가져다가 이종교배해 무려 500여종의 새로운 신품종을 개발했다. 그리고는 이 꽃에 ‘릴리(Lily)’라는 이름을 붙여 전 세계로 전파시켰다고 한다.



백합꽃 향기 너무 진하여 저녁 때/ 대문이 절로 열렸네.

‘산책’ 전문(나태주)



나리꽃은 보통 이름으로 구분한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나리는 여름꽃의 여왕 참나리다. 시골집 장독대나 마당 한 귀퉁이에서 자라는 참나리는 크고 검은 점박이 무늬가 인상적이다. 호랑이를 연상케한다고 해서 영어로는 tiger lily라고 부른다. 이 밖에 하늘을 향해서 꽃이 피면 하늘나리, 땅을 보며 꽃이 피면 땅나리, 중간쯤을 향해 꽃이 피면 중나리, 나리 꽃잎이 솔잎처럼 생겼으면 솔나리, 잎이 돌려나기를 하면 말나리, 울릉도에 자생하면 섬말나리, 꽃무늬가 뻐꾸기 가슴 무늬를 닮았으면 뻐국나리라고 한다. 털중나리는 잎과 줄기에 미세한 털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느새 휴가철이 돌아왔다. 이번 휴가 때는 나리꽃 이름들을 한번쯤은 불러주자. 시인의 말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그는 그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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