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35)]버섯 중의 버섯, 시시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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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영의 버섯이야기(35)]버섯 중의 버섯, 시시버섯
  • 경상일보
  • 승인 2023.07.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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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최근 들어 버섯이 다양한 영화, 문학이나 만화, 회화 등에 캐릭터나 모티브로 사용되면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버섯 중 하나는 ‘웃음버섯’일 것이다. 한문학자 성범중 교수께서 옛글에 웃음버섯이 나온다고 알려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1741-1793)의 <청장관전서> 제56권 ‘앙엽기 3’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나라 악대(岳岱)가 지은 <양산지(陽山志)>에 이렇게 되어 있다. ‘버섯은 오직 산속에 있는데 대개 풀과 나무의 기름이 땅에 스며들어가 고택(膏澤, 물)을 만나면 생겨난다. 경칩 때 나는 것은 뇌경이라 하는데 (중략) 땄더라도 버려야 한다. 그리고 단풍나무에 나는 것은 소심(笑蕈, 웃음버섯)이라 하는데 그것을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 웃게 만드는데 토장을 마시면 낫는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시시심(時時蕈)’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말로는 ‘시시버섯’이라 하는데, ‘시시’는 웃음소리이다. 웃음버섯이 과연 무언지 궁금하여 포털사이트에서 ‘웃음버섯’을 검색해 보니 우리의 ‘말똥버섯’이 검색된다. 전 우석대 교수 조덕균 박사가 말똥버섯의 북한 이름을 소개한 것이 검색에서 올라와 그리 된 것이다. 말똥버섯(Panaeolus papilionaceus)은 일본 이름이 소용(笑茸)으로 환각물질인 ‘실로시빈’을 함유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마약 원료 식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매매는 물론 채취나 소지도 법률로 규제되고 있다. 실로시빈을 함유하는 버섯을 총칭해 ‘매직머쉬룸’ ‘환각버섯’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웃음버섯을 영어 ‘Laughing mushroom’으로 검색해보면 갈황색미치광이버섯 (Gymnopilus junonius)이 검색되는데 이 버섯의 일본명은 큰웃음버섯(オオワライタケ, 大笑茸)이다.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은 활엽수 고목에 발생하는 버섯으로 구미산 갈황색미치광이버섯에서 실로시빈이 검출되어 환각버섯류로 간주되고 있는데, 일본산 갈황색미치광이버섯에서는 실로시빈이 검출되지 않고 짐노필린이 검출되므로 현행 마약류관리법의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짐노필린은 자율신경을 저해하는 강력한 신경독성물질이다. 아마도 시시버섯이 이 버섯을 지칭하는 듯하다. 그러나 막상 만화 등의 캐릭터에 지주 등장하는 ‘신비한 버섯’은 웃음버섯이나 큰웃음버섯보다 광대버섯과 마귀광대버섯이다. 일본에서는 귀신, 요괴를 의미하는 뎅구(天狗)를 의미하는 마귀광대버섯을 더 자주 사용한다. ‘이상한 나라의 폴’의 키놋피(キノッピ 버섯돌이), 마리오 시리즈와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버섯, 그리고 메이플스토리에 등장하는 몬스터 중 주황버섯은 모두 마귀광대버섯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첨언하면 광대버섯과 마귀광대버섯은 이보텐산과 무시몰을 함유하고 있어 환각작용이 있으나 현행 마약류관리법의 규제 대상은 아닌데 환각작용을 느끼려면 거의 치사량을 먹어야 하는 맹독버섯이므로 행여 시도해볼 생각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코로나 이후 웃음이 없어지기 쉬운 때에 ‘꽃 중의 꽃은 웃음꽃’ 이라는 말이 있듯이 갈황색미치광이버섯 등 시시버섯이 단순히 독버섯으로만 치부되지 말고 정확한 용량과 용법을 규명해서 진정한 ‘웃음버섯’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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