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의 가능성, 시에 담다...임윤 시인 ‘지워진 길’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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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의 가능성, 시에 담다...임윤 시인 ‘지워진 길’ 펴내
  • 전상헌 기자
  • 승인 2023.07.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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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사진) 시인이 자신의 세 번째 시집 <지워진 길>을 펴냈다.

임 시인은 4부에 걸쳐 표제시 ‘지워진 길’를 비롯해 ‘먹먹한 이별’ ‘단동역의 새벽’ ‘뤼순의 가을’ ‘압록강 물새’ ‘몽유’ ‘구름 두부’ ‘백두산 일출’ ‘훈춘에서’ ‘동해 일출’ ‘손바닥 수맥’ ‘생의 줄기’ ‘태풍의 눈’ 등 56편의 시를 수록했다.

▲ 임윤(사진) 시인
▲ 임윤(사진) 시인

임 시인은 북쪽의 산과 강, 기슭에 자리한 너와집을 보러 북한과 맞닿은 중국, 러시아 접경을 돌아다니며 시를 썼다. 시에는 반복되는 수해와 가뭄으로 보급 체계가 붕괴하고 생필품과 의약품이 부족해 국경을 넘나들며 북한 사람의 모습이 담겼다. 중국 단동을 중심으로 남북 분단에 따른 남북 교류의 한계는 물론 그 극복의 가능성도 제시한다.

‘아기가 엄마 손을 놓치지 않으려/ 손가락 끝에 묻어난 계절이 안간힘 쓸 때/ 강물로 뛰어든 정강이가 시릴 즈음/ 단단한 각질 벗겨내는 물결처럼/ 잡목이 삼켜버린 길 위에 포개진 발자국은 침묵한다/ 강의 어깨를 물고/ 끝 간 데 없이 출렁거리는 국경/ 모래밭에 찍힌 화살표 물새 발자국이/ 위화도에서 말머리를 돌렸던 편자의 깊이 같다/ 봉두난발 백성들 머리카락인가/ 반질거리던 길을 에워싼 잡초를 헤집는 바람/ (중략) / 시야에서 사라진 엄마의 손/ 두려움 떨치려 고래고래 소리라도 질렀으면 좋겠다/ 꼬질한 손가락 사이 까만 눈동자/ 오늘 밤은 어느 방향으로 비틀거릴까/ 압록과 두만이 펼쳐놓은/ 창백한 푸른 점 먼지처럼 서글픈 반도의 둘레길’

-‘지워진 길’ 일부.

임 시인은 “또 하나의 국경인 중국 단둥을 중심으로 남한과 북한, 중국 사람이 서로 교류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그렸다”며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북한이지만, 강을 건너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곳에서 이뤄지는 남북 교류는 정치적인 부침과 상관없이 경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로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2007년 ‘시평’으로 등단한 임윤 시인은 울산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변방’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레닌공원이 어둠을 껴입으면> <서리꽃은 왜 유리창에 피는가>를 발표했다. 144쪽, 1만2000원, 푸른사상.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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