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의 한 마을. 이 마을은 밤사이 수시로 출몰하는 불청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한 밭은 여기저기 멧돼지 발자국이 찍혀있고 벼도 멧돼지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쓰러지거나 꺾였다.
특히 수확철을 앞둔 배 과수원의 피해도 컸다. 배나무 높이가 높지 않다보니 최근 나무에 몸을 걸치거나 다리를 올리고 과수를 따먹는 멧돼지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 농가에서는 농작물 걱정에 새벽에 과수원을 지키는 경우도 있어 인명피해로 이어질 우려도 나온다.
60여년 농사를 지어온 이경화(87)씨는 “이렇게 자주 멧돼지가 내려오는 건 처음”이라며 “비랑 태풍에 겨우 지켜낸 농작물이라 부부가 교대로 불침번을 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멧돼지 등 유해야생동물 문제에 구·군별로 포획단을 꾸리고, 농가에 철조망을 설치하는 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농경지가 집중된 울주군은 2021년 726마리, 2022년엔 938마리가 포획됐다. 올해도 현재까지 430마리가 포획됐다.
나머지 구·군 상황도 마찬가지다. 북구는 최근 3년간 93마리, 54마리, 올해는 24마리를 포획했다. 동구도 각각 33마리, 30마리, 13마리를, 남구도 각각 21마리, 48마리, 21마리가 포획됐다. 농경지가 적은 중구는 각각 1마리, 1마리, 올해 2마리가 포획됐다.
울산 전역에서 멧돼지가 발견되는 만큼 도심지 사고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멧돼지가 도심지를 돌아다니거나 산책로 등으로 내려오는 일이 잦아 각 구·군 포획단은 순찰보다 포획을 중점적으로 활동 중이다.
여기에 높아진 농산물 가격에 덩달아 농작물 절도도 기승이다.
지난달 19일 낮 12시께 울주군 삼동면 한 농가가 농작물이 보관된 창고에 있던 고추 등을 도난 당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 농가 진술과 인근 CCTV 등을 확인해 자택에 있던 A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울주군 외에도 경주 외동읍 일대에서 같은 수법으로 7차례에 걸쳐 시가 240만원 상당의 건고추 120근 등을 훔친 것으로 드러나 지난달 29일 구속됐다.
최근 도심 외곽에 조성된 텃밭에서도 농작물 절도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번지고 있다. 지난 6월 울주군 웅촌의 공영 텃밭에서 농작물 절도·테러가 발생했고, 북구에서는 방울토마토와 오이 수십개를 도둑 맞았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울주군 농민 B씨는 “매년 농가가 도난당하는 품목이 농작물 가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며 “소규모로 훔치는 일이 잦아 신고조차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절도 사례도 수시로 공유되지만 인적이 드물고 CCTV 설치도 적다보니 검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 관계자는 “유해야생동물은 잠복 등을 통해 포획에 나서면서 개체수는 점차 감소 추세에 접어들 전망”이라며 “농가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기관 간 연계 등으로 더욱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강민형·박재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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