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울타리에 달빛 한 채 걸려 있습니다
마음이 또 생각 끝에 저뭅니다
망초 꽃까지 다 피어나
들판 한 쪽이 기울 것 같은 보름밤입니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나는 그만 어둠을 내려놓았습니다
둥글게 살지 못한 사람들이
달보고 자꾸 절을 합니다
바라보는 것이 바라는 것만큼이나 간절합니다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달빛도 때로 빛이 꺾인다는 것을
한 달도 반 꺾이면 보름이듯이
꺾어지는 것은 무릎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마음을 들고 달빛 아래 섰습니다
들숨 속으로 들어온 달이
마음 속에 떴습니다
달빛이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어설 무렵
마음은 벌써 보름달입니다
주변과 화해하고 환한 보름달 맞이하는 추석

어느 때라고 나타나 있진 않지만, 망초꽃이 피고 사람들이 달 보고 자꾸 절을 하니 추석날 밤이 아닐까. 보통 대보름이나 한가위 보름달에 소원을 빌기 때문이다. 어쨌든 ‘가시나무 울타리’에 보름달이 환하게 떴다. 가시나무는 ‘어둠’과 같은 이미지이다. 보름달은 어둠의 시간을 견디면서 환하게 밝아온다. 어둠을 지나지 않으면 보름달이 될 수 없다. 가시나무는 ‘무엇엔가 찔려본 사람’, 그리고 꺾어진 마음과 연결되어 고통이나 상처를 의미한다. 이때 보름달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에 뜬다. 마음이 어둠을 이겨냈을 때, 가시나무 울타리를 넘었을 때 보름달은 뜬다.
시에서 달을 ‘한 채’라고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끈다. 달은 단위가 필요치 않은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그런데도 집이나 이불을 세는 단위인 ‘채’를 동원하여 ‘달빛 한 채’라고 표현하였다. 그러니까 달은 하늘에 떠 있는 집, 우리를 덮어주는 이불인 셈이다. 오래 방황하다 돌아가도 말없이 보듬어줄 것 같은 둥근 그리움, 하늘엔 달이 떠 있고 땅에는 들판 가득 망초꽃이 피었다. 망초꽃의 꽃말은 ‘화해’이다. 나 자신이나 주변과 화해하고 둥글고 환한 보름달을 맞이하는 날, 추석이다.
송은숙 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