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전시가 진행 중인 진 마이어슨 작가의 ‘일생에 단 한 번’은 회화 작품을 생성형 AI를 통해 새롭게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나날이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AI) 기술 속에서 작가의 25년간의 작업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 300여점의 회화와 그 바탕이 되었던 디지털 자료를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에 입력하고 ‘사랑’ ‘상실’ ‘탄생’ ‘트라우마’ ‘화해’ ‘사망’ 등의 키워드로 이미지의 소멸과 생성, 중첩과 파편 등 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천장에 매달린 24대의 프로젝터가 전시장 벽면과 바닥을 가득 채우며 시작된 전시는 관람객을 압도한다. 정중앙 벽면에서 바닥으로 레이저 절삭기가 가르듯 붉은 선이 이어지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선은 이내 파동으로 바뀌고 곧이어 불분명한 경계가 인상적인 작가 특유의 작품이 펼쳐진다.
물결이 퍼졌다 모이듯 요동치던 이미지는 붉은색이 점령한 화면을 지나 활기찬 음악과 함께 새롭게 진행된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감미로운 색감의 이미지가 전시장 벽면을 따라 비가 쏟아지듯 이어진다.
심박수를 연상하게 하는 진동음과 함께 화면은 파편화되고 흑백의 체스판에서 사각 형태의 RGB 색 모형을 거쳐 경계가 불분명한 이미지로 연결되고, 풍등 소리와 함께 다시 조각난다. 감미로운 음악으로 바뀐 모습에서는 작가의 회화 작품 수십점이 신경망들의 움직임처럼 각각 잘게 진동했다가 중첩되고, 합쳐졌다가 분리되기를 반복한다. 이어 블랙홀로 빨려가는 듯한 흑백의 이미지로 하나가 되고, 그 한가운데는 5살 때 입양되던 때 흑백사진으로 남은 작가의 모습도 보인다. 공간은 이내 다차원의 이미지 안을 직접 걸으며 누비는 듯한 입체적 표현으로 가득 채워진다.
새들이 지저귀고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자연의 소리에서 웅장한 음악으로 전환이 일어나고, 다채롭고 풍성한 색감과 이미지의 움직임이 마치 작가의 작품 속을 거니는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차원이 새롭게 탄생했다가 사라지는 듯한 모습이 전시장에 보인다. 마치 지구 밖에서 다른 행성의 표면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윽고 작품은 모든 면이 붉은빛으로 물들고, 면이 선으로 모이고, 선은 다시 점으로 소멸하며 마무리된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이어진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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