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21)]중양절 국화꽃, 그리고 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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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21)]중양절 국화꽃, 그리고 무서리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3.10.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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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어제는 국화주를 먹는 중양절(重陽節), 오늘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다. 중양절은 음력 9월9일을 말하는데 9자(字)가 겹친다고 해서 ‘중구(重九)’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날짜와 달의 숫자가 같은 날은 ‘중일(重日)’이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홀수날이 겹치는 3월3일, 5월5일, 7월7일, 9월9일 등을 ‘중양(重陽)’이라고 한다. 중양절은 중양 중에서도 으뜸가는 명절이다.

울산에서 중양절과 관련해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언양에서 중구일에 회포가 있어 유종원의 시에 차운하다(彦陽九日有懷 柳宗元 次韻)’라는 시다. 이 시는 정몽주가 울산 언양읍 어음리 요도라는 곳으로 귀양왔을 때 지은 것으로, 귀양 이듬해인 1376년 9월9일에 지었다. 당시 정몽주는 이인임 일파의 친원정책에 반대하다가 밀려나 유배를 당했다.



(중략)…용은 세모를 걱정하며 깊은 골짜기에 숨었고/ 학은 맑은 가을 기뻐하며 푸른 하늘로 올라가네./ 손으로 국화 꺾어 다시 한 번 취하니/ 우리 임금 옥 같은 모습 구름 너머 떠오르네.
 

옛 사람들은 중양절이 되면 산에 올라가 국화주를 마시며 시를 읊거나 산수를 즐겼다. 이를 등고회(登高會)라고 하는데, 요즘으로 치면 단풍놀이 쯤 되겠다. 가정마다 화채를 만들어 먹고 국화전을 부치기도 했다. 국화 중에서도 구절초(사진)는 음력 9월9일에 꺾어 약으로 쓰는 풀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중국의 옛 기록을 보면 전설상의 신 염제 신농씨는 국화를 장생불사약으로 널리 재배했다는 설이 있다. 한나라 때 유향이 지은 중국 최초의 설화집 <열선전(列仙傳)>에는 ‘팽조(彭祖)가 국화를 먹고 1700년을 살았으나 얼굴은 17~18세 소년과 같았다’고 기록돼 있다. 국화는 그만큼 몸에 좋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국화 옆에서’ 일부(서정주)



필자의 마을에도 무서리가 연일 이슬비처럼 내리고 있다. 국화는 봉오리를 터뜨리기 시작했고, 멀리 영남알프스는 붉게 타오르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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