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은 김민선·최문선 두명으로 이뤄진 작가 그룹 ‘뮌’의 영상작품 ‘바리케이드 모뉴멘트’다. 여섯개의 모니터에서 펼쳐지는 작품 속 연기자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화이트 큐브 공간에서 움직인다. 공간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지만, 의식한 듯 스쳐 지나고, 비껴가듯 움직일 뿐 손과 발, 어깨 그 어느 부위도 타인과 마주치는 이가 없다. 마치 붐비는 지하철역에서 각자의 소지품과 가방을 움켜쥐고 목적지를 향해 바른 걸음으로 내 걷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어지는 이우성 작가의 대형 걸개그림 ‘붉은 벽돌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속 십수명의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지만, 얼굴이 없다. 심윤 작가의 ‘디토’ 속 정장 차림의 인물들은 괴로움에 몸부림치거나, 체념한 듯한 몸을 떨군다.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여러 사람과 섞여 살아가고, 문명의 한 축을 이루면서도 깊숙한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다.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표정은 숨긴 채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품도 인상적이다. 이양희 작가의 ‘헤일’은 한 인물이 두개의 스크린에 번갈아 가며 독특한 춤동작을 반복한다. 암흑 속에서 벽을 쌓은 듯 외부와 단절하고 내면을 표현하는 모습이다.
1전시실과 2전시실 사이 공간에서는 강재원 작가의 ‘엑소2 크롭’이 전시되고 있다. 빛이 반사되는 은색의 작품은 강인함을 표현하는 금속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공기를 불어 넣어 형태를 유지한다. 타인의 앞에서는 스스로를 한껏 부풀려 나타내지만, 어떤 지지나 연대 없이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형태 없이 허물어지고 마는 인간의 군상을 표현하는 듯하다.
이 밖에도 직접 겪은 경험과 성찰을 자기 신체에 빗대어 표현한 이재석 작가의 ‘나의 발, 360˚’를 빙 돌아 놓인 12개의 돌을 통해 매일 똑같을 것만 같은 일상을 다르게 경험해 볼 수 있게 하는 알리시아 크바데 작가의 ‘듀오데큐플 비-하이드’도 눈여겨볼 만 하다. 전시는 내년 2월18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211·3800.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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