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의 과거와 오늘을 함께 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장생포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마련됐다.
장생포 아트스테이는 10월의 마지막 밤인 지난달 31일 장생포문화창고 6층 소극장W에서 다큐 상영회 ‘장생포썰 기(記)’를 열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제작한 입주작가 심고우리씨는 5개월간 장생포 이곳저곳을 누비며 마을 주민 등 17명을 인터뷰하고, 이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이날 첫선을 보였다. 이날 열린 상영회에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장생포 주민 등 50여명이 참여해 감상을 하고, 장생포에 얽힌 추억을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영상은 일년 중 장생포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고래축제를 배경으로 시작됐다. 이어 결혼을 계기로, 일자리를 찾아 장생포에 뿌리내리게 된 이들의 사연을 통해 장생포를 들여다봤다.
문화기획자 김현진씨는 어린 시절을 장생포에서 보냈다. 김씨네 가족은 포경선을 타던 아버지를 따라 장생포에 터를 잡았다. 당시 학교 운동장에서 한반에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찍은 사진에서는 사람이 넘치고 활기찼던 장생포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장생포에서 이용원을 해 온 박주평씨는 인터뷰에서 포경이 중단되며 쇠퇴한 장생포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고, 고래바다여행선 항해사 이소영씨는 장생포는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며 장생포의 또다른 미래를 내다보기도 했다.
태화강국가정원 남구둔치에서 태화강동굴피아와 태화강역을 거쳐 장생포를 순환하는 808 수소 버스에서 장생포를 찾는 이들에게 관광 안내를 하는 조병인 남구 문화해설사의 모습과 인터뷰도 영상에 실렸다.
다큐에는 한반도 포경산업의 중심이었던 장생포에 대한 기록들이 제대로 남겨지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담겼다.
허영란 울산대 교수는 “장생포는 독특하고도 입체적인 역사를 가진 곳이다. 공업도시를 선언한 장생포에서 고래를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데 아직은 그런 것들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상영회 뒤에는 장생포 새미골 예술 프로그램 참여 할머니 등 다큐 출연진들이 소회와 소감을 밝히는 시간도 가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심고우리 작가는 “장생포의 어제와 오늘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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