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의 노래를 듣기 위해 새장을 사지 않고
주머니를 꺼내 모이 그릇에 채워놓지 않고
한 그루 나무를 심고 물을 주며
향기로운 그늘을 키우는 사람이 있다
꽃을 꺾어 창가에 놓지 않고
꽃씨를 뿌리며 그 꽃씨가 퍼져나가
세상을 물들이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
제 몸의 온기를 나누어
쫓기고 지친 마음을 껴안을 수 있다면
한 뼘은 더 따뜻해질 것이다
우주의 시간이 빛날 것이다
새해 첫 마음 한 발, 첫 발자국,
내 안의 바로 너
나 또한 세간의 문을 열고 그 길에 한 걸음
내딛는 시작이기를
새로운 한 해 맞아 모두를 위한 행동 실천하길

인간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한 주, 한 달, 한 해와 같이 나누어 새로운 시간 개념을 만들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여 계획을 세우고 약속과 다짐을 한다. 시간을 분절함으로써 과거는 리셋되고 처음, 첫, 시작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새로운 한 주, 한 달, 그리고 한 해를 살 수 있는 것이다.
어김없이 새해가 밝아 왔다. 새해를 맞은 시인은 나무와 꽃을 가꾸어 향기와 온기를 나누는 사람을 소개하며, 그가 사는 ‘우주의 시간’과 발맞추기를 바란다. 우주, 그러니까 자연은 조급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그래서 우주의 시간을 사는 사람은 새장을 들이는 대신 나무와 꽃을 심는다. 나무의 그늘에는 10마리, 20마리의 새가 깃들고, 꽃씨는 퍼져나가 100송이, 1000송이로 물들 것이다. 그러면 나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이 즐길 수 있다.
나 혼자가 아닌 서로를 위해 묘목이나 씨앗을 고르고 삽을 뜨는 시간, 그게 한 발, 첫 발자국의 시간이다.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시간이다. 첫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다. 모든 처음은 순결하다. 새해, 한 걸음 내딛는 첫 발자국에 설렘과 축복 있기를.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