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문화예술 실무 담당에 비전문인 배치, 전문성·기획 연속성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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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문화예술 실무 담당에 비전문인 배치, 전문성·기획 연속성 차질 우려
  • 서정혜 기자
  • 승인 2024.01.09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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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법정 문화도시 지정 이후 울산은 ‘문화도시’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문화도시’ 콘텐츠를 기획·운영할 문화예술 전문인력의 빈자리는 행정직 혹은 비전문가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법정 문화도시 지정을 계기로 문화에 대한 시민의 수요와 기대가 한층 높아진 상황에서 기관장뿐만 아니라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이끌어갈 실무인력까지 행정직으로 대체돼 자칫 지역문화 활성화의 동력을 잃을까 우려된다.

울산 중구는 지난 2014년 중구문화의전당 개관 이후 줄곧 5급 관장에 개방형 인재를 채용해 인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10월 한은숙 전 관장 임기 만료 이후 행정 출신의 이경희 관장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문예사업계장 등 실무 인력 역시 행정직이 배치됐다.

울산문화예술회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은 전임 김지태 관장에 이어 언론인 출신의 현 마동철 관장까지 비예술계 출신 인사가 수년째 운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울산문예회관은 지난해 10월과 12월 전시기획팀에서 전시와 예술교육 업무를 맡아오던 전문 임기제 직원의 임기 만료와 퇴사자 발생 이후 행정에서 차출된 인력이 배치됐다.

울산박물관도 지난 2022년 본청 반구대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에서 자리를 옮긴 조규성 관장 외에 전시기획·교육홍보팀장은 행정직 인원이 채우고 있다.

울산박물관에 소속된 울산대곡박물관 역시 지난해 5월 전임 관장의 임기 만료 후 2개월 가까이 공석을 유지하다 7월 언론인 출신 김진구 관장이 임용장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예술계에 화두를 던지고 현대미술 흐름을 제시할 울산시립미술관의 학예팀장마저도 행정직으로 채워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지역 예술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술관은 전시기획을 도맡아 이끌어갈 ‘학예팀장’이 지난해 6월 전임자의 임기 만료 이후 반년 넘게 공석이다. 전시기획팀 선임 학예사 직대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업무 피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의 이같은 문화예술계 행정직 인력 배치는 정부의 공공부문 인원 감소 기조에 따른 것이다.

울산도 지방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 채용 인력을 확대하지 않고 적체돼 있는 행정직 인원을 고르게 배치한다는 취지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예술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개방직 채용으로 인해 전문성을 답보해 왔던 예술분야 업무와 기획의 연속성이 깨지진 않을지 걱정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공공부문 정원 유지라는 정부 기조에 따른 것이라지만 문화전문인력 직제에 거듭되는 행정직 배치는 문화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비친다”면서 “문화와 예술에서 정체는 퇴보나 다름없다. 타 광역지자체에 비해 문화부문 발전이 더딘 울산에서 이같은 인력배치는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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