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1)]못생겨서 죄송합니다 -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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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1)]못생겨서 죄송합니다 - 아귀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1.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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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6일은 대한이 놀러 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소한이었다. 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이 맘 때가 되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아구탕, 아구찜이다. 점심 때 뜨끈뜨끈한 아구탕 한그릇을 먹고 나면 새 기운이 솟는다. 소한 추위에도 끄덕 없다.

울산 사람들이 즐겨 먹는 ‘아구탕’ ‘아구찜’은 사실 표준말이 아니다. 표준어는 ‘아귀’다. 아귀는 불교의 ‘아귀(餓鬼)’에서 나온 이름이다.불교에서는 세상을 천(天)·인간(人間)·아수라(阿修羅)·축생(畜生)·아귀(餓鬼)·지옥(地獄) 등 6가지 도(道)로 분류하는데 이를 육도(六道)라고 한다. 아귀는 살아서 탐욕이 많았던 자가 죽어서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을 말한다. 이 귀신은 흉하게 생긴 입으로 닥치는대로 음식물을 집어넣지만 목구멍이 바늘구멍처럼 작아 삼킬 수가 없어 늘 굶주림에 시달린다. 일설에는 아귀의 입이 손의 입(손아귀)처럼 커서 아귀가 됐다는 주장도 있다.

아귀는 지방마다 이름이 다르다. 울산은 ‘아구’, 경남에서는 ‘물꿩’, 인천은 ‘물텀벙’이라고 한다. 물텀벙은 너무 못생겨서 잡자마자 물에 ‘텀벙’ 버린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울산에서는 ‘물꽁’이라는 이름도 간혹 쓴다. 한자로는 안강(鮟鱇)이라고도 쓰는데, 안강망(鮟鱇網)은 아귀처럼 입을 크게 벌려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뜻한다. 실제 아귀는 넙적한 몸에 몸 전체의 3분의 2가 머리다.

▲ 아구찜
▲ 아구찜

아구는 안 보이고 양념이 산더미 같은 아구찜, 버얼건 양념을 드세요, 얼큰한 양념을, 온갖 양념들이 당신의 이목구비를 버무리는 세상이니, 아구찜을 먹으세요, 죽어서도 침 흘리는 고기, 아귀처럼 아귀아귀 먹으세요, 당신도 독한 아귀 세상 매운 사람이 되세요. ‘아구찜 요리’ 전문(최승호)

아귀는 최대 몸길이가 1m에 이른다. 입이 크고 위장을 팽창시킬 수 있어 자기 몸체만한 물고기까지 삼킨다. 우리말에 음식을 탐하는 사람을 걸신 들렸다 하는데, 아귀가 딱 그 짝이다. 조기,병어,가자미,오징어,새우 등 닥치는 대로 통째로 삼킨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인물(김윤석 분)의 이름도 ‘아귀’인데, 아귀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물고기 아귀나 도박꾼 아귀나 닥치는대로 먹는 것은 똑같다.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라는 속담은 그래서 나온 것이다.

아귀가 맛있는 계절은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다.아귀는 ‘이빨 밖에 버릴 것이 없다’고 한다. 오늘 뜨끈뜨끈한 아구탕 한 그릇 어떠세요.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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