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2)]신문춘예의 계절-절차탁마 그리고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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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2)]신문춘예의 계절-절차탁마 그리고 퇴고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1.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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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이 17일 울산 남구 옥동 문수컨벤션에서 열린다. 경상일보는 지난 2009년 울산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춘문예를 시작했다. 신춘문예는 등용문(登龍門)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등용문을 통과하기까지 겪어야 하는 지난한 역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용문(龍門)’이란 중국 황하 상류의 협곡을 말하는데, 물고기가 이 협곡을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다.

등용문은 <후한서> ‘이응전(李膺傳)’에 나온다. 이응은 후한 때의 관리로, 타락한 환관에 대항해 조정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데 큰 기여를 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당시 젊은 관리들은 ‘이응을 아는 것만으로도 용문에 오른 것처럼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물며 이응의 추천을 받으면 최고의 명예라고 생각했다. 이후 이 말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가리키게 됐다.

하나의 문예작품을 탄생시키는데는 인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감히 ‘절차탁마(切磋琢磨)’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절차탁마는 원래 <시경>에 나오는 구절인데,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와의 대화에서 인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절차탁마는 옥 원석을 모양대로 자르는 절(切), 옥돌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줄로 없애는 차(磋), 끌로 쪼아 원하는 모양대로 만드는 탁(琢), 윤이 나도록 숫돌로 갈고 닦는 마(磨)를 이른다.

▲ 202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 2023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시상식

당나라 시인 가도가 말을 타고 가다가 문득 시상이 떠올라 즉시 정리해 보았다. 鳥宿池邊樹(조숙지변수: 새는 못 가의 나무에 깃들고) 僧敲月下門(승고월하문: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초를 잡고 나니 결구(結句)를 ‘민다(推, 퇴)’로 해야 할지, ‘두드리다(敲, 고)’로 해야 할 지 고민이 생겼다. 때마침 지나가던 당송팔대가인 한유와 부딪혔다. 가도가 미안해 하는 사이 한유는 “내 생각엔 ‘두드리다’가 좋을 듯하네.”하고 말했다. 가도는 결국 ‘고’자를 선택했다. <당시기사(唐詩紀事)>에 나온 이야기다. 문학작품의 퇴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전국시대 말 천하를 권세를 쥐고 있던 여불위가 수천명의 학자와 문장가들을 모아 <여씨춘추>라는 책을 만들었다. 그는 책이 완성되자 진나라 수도에 진열한 후 이렇게 공포했다. “이 책에 한 글자라도 덧붙이거나 틀린 것을 찾아내는 자에게 천금을 주겠다.” 일자천금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 더할 수도, 뺄수도 없는 상태, 완벽한 작품은 이렇게 태어난다.

문학청년들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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