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뚜껑 파손 한달동안 관계기관 ‘책임 미루기’
상태바
맨홀 뚜껑 파손 한달동안 관계기관 ‘책임 미루기’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1.22 0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울산 북구 매곡일반산업단지 내 맨홀 뚜껑이 파손됐음에도 관계 기관 간 책임소재 시비로 한 달간 방치돼 시민 안전에 위협이 됐다.
▲ 지난 18일 오후 취재가 시작되자 울산시 종합건설본부가 맨홀을 모래로 메우는 긴급 보수 작업을 실시했다.

“주인없는 맨홀 뚜껑, 사고라도 나면 책임은 누가 지나요?”

울산 북구 매곡일반산업단지 내 인도에 설치된 맨홀이 파손된 채 한 달 넘게 행정기관과 공기업, 통신사가 서로 나몰라라 하며 방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 기관 간 책임 소재를 놓고 미루는 사이에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울산 북구청 등에 따르면 북구 매곡산업로 59일원 인도에 맨홀이 파손된 채 한 달 넘게 방치돼오다 최근 울산시종합건설본부에서 긴급 보수작업을 시행했다.

이 맨홀은 ‘전기, 소방, 통신 통합’ 맨홀로, 지난 2006년 매곡일반산업단지의 준공 당시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일대에만 수 십개가 설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맨홀은 지난해 12월초부터 파손된 채 방치돼왔다. 취재진이 지난 18일 찾았을때만 하더라도 맨홀은 파손된 채 주변에 차단봉 2개가 임시로 설치돼 자칫 밤 시간대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등에게 안전의 위협이 돼 보였다.

이모(40대·북구)씨는 “산단 내부라고 하지만 맨홀 뚜껑이 파손됐는데 한 달이나 방치할 수 있느냐”며 “만일 사람이라도 크게 다쳤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지적했다.

파손 된 뒤 북구청에는 관련 민원이 접수됐고, 북구청은 차단봉 설치 등의 임시로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문제는 맨홀 소유 기관을 놓고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면서부터다.

홀 뚜껑에 KT가 한국통신이던 시절의 마크가 새겨져 있어 KT와 한전에 확인 및 보수를 요청했지만, 두 회사 모두 자사의 재산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

소유권자를 찾지 못한 맨홀 뚜껑은 현장에 그대로 방치됐고, 한 달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위협해 왔다. 본보의 취재가 시작되자 시 종합건설본부가 해당 맨홀에 대해 긴급 보수작업을 실시, 맨홀을 모래로 채우고 해당 맨홀의 폐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산업단지 내 같은 종류의 맨홀이 수십 개여서 향후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T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되자마자 현장을 확인, 공단 내 통신 도면과 맨홀 뚜껑의 두께 등이 달라 자사의 재산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며 “파손된 맨홀을 자사의 것으로 교체할 경우 인도 이용자들이 걸려 넘어지는 등 추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한 책임소재가 자사로 넘어오는 문제가 발생해 함부로 교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 종합건설본부와 북구청 관계자는 “시민의 안전이 우려되기에 긴급 보수작업을 실시했다”며 “향후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행정기관에서 선조치 후 소유권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3)겉과 속은 달라-애니원공원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류인채 ‘이끼의 시간’
  • 장생포 수국 절정…한여름의 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