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3)]배고픈 울산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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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333)]배고픈 울산 독수리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4.01.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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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울산에도 매년 겨울 독수리들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지난해에는 먹이가 부족해 개체수가 150마리에서 70마리 정도로 줄었다. 이에 울산시는 소·돼지의 비계, 내장 등을 먹이로 주고 있다고 한다.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는 우리나라를 찾는 조류 중 가장 큰 새로 번식기인 여름에 몽골, 중국 동남부 등에 살다가 3400여㎞를 날아 울산, 고성, 김해, 거제 등지로 찾아온다. ‘생태계의 청소부’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독수리는 동물의 사체를 먹음으로써 질병이 창궐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울산에서 독수리를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무학산, 사연댐, 입암들 등이다.



네팔 어디 설산에 사는 독수리들은/ 부리가 다 닳으면 생명도 끝난다./ 한평생 얼음과 바위틈을 헤집고 다니던/ 그 강한 부리가 마모되면서/ 더는 사냥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굶어죽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힘없이 굶어죽어가는 독수리떼 사이에서/ 어느 누군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설산의 바위를 찾아 날아오른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설을 따라,/ 바람 부는 설산 바위벽을 향해 마지막 비상을 한다.…

‘히말라야의 독수리’ 일부(문태준)


독수리(사진)의 독(禿)은 대머리 또는 민머리를 의미한다. 독수리는 전 세계에 23종이 있는데, 대부분 머리 깃털이 빠져 있거나 듬성듬성 나 있다. 이는 사체 내의 내장을 먹기 위해 제 스스로 머리 깃털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머리 깃털이 있을 경우 깃털 손상으로 피부감염이 발생해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깃털이 없는 모습으로 진화해온 것이다.

독수리는 <삼국유사>에도 나온다. 가락국기조(條)를 보면 수로왕이 탈해와 변신술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있는데, 탈해가 매로 변하자 수로왕은 수리(鷲: 독수리 취)로 변해 이겼다고 한다.

독수리는 위쪽 부리가 아래로 구부러져 살점을 물어뜯기 좋고, 발톱 끝이 갈고리 모양으로 돼 있어서 먹잇감을 낚아채기 쉽다. 시력도 사람보다 5~8배 이상 뛰어나 높은 곳에서도 땅에서 움직이는 동물들을 잘 볼 수 있다. 이렇게 최고의 사냥꾼 조건을 갖추고도, 독수리는 사냥보다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 몸집이 크다 보니 재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사냥 성공률이 높지 않다. 최근 먹을 것이 부족해 울산 독수리가 자꾸 줄어든다니 걱정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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