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강 한파 속 울산 대표 산동네 새납마을 가봤더니...“얼음장 같은 집 전기장판으로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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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최강 한파 속 울산 대표 산동네 새납마을 가봤더니...“얼음장 같은 집 전기장판으로 버텨”
  • 오상민 기자
  • 승인 2024.01.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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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 서부동 산중턱에 달동네 형태로 조성된 새납마을은 도시가스조차 없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최강 한파가 몰아친 지난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찾은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산동네인 동구 서부동 새납마을.

그 흔한 도시가스 조차 들어오지 않는 까닭에 대다수 주민들이 얼음장 같은 집안에서 전기장판이나 화목 및 기름보일러에 의지해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하권 추위에 마을 입구부터 냉기가 가득하다. 서부초등학교에서 염포산 방면 오르막길에 오르자, 벽화가 그려진 집 몇채가 보인다. 비교적 근대식 건물을 지나자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는 조립식 패널 건물이나 너덜너덜해진 벽면 등 낙후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자 목조식 건물 등도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은 지난 1970년대 HD현대중공업 건설 당시 형성된 마을이다. 전국에서 모여든 노동자 중 거주할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이 염포산 중턱에 천막이나 판자를 펼쳐 지내면서 달동네가 형성됐다. 현재 이 마을에는 60여 가구가 살고있다.

마을주민 70대 A씨는 집 안방에 텐트를 쳐 놓고 바닥에는 전기장판을 깔아 겨울을 보낸다. A씨는 “도시가스가 안들어오는데, 그렇다고 10배 이상 비싼 기름보일러를 사용하자니 비용이 부담돼 엄두도 못낸다”면서 “영하 9℃인 오늘도 전기장판에 몸을 데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가구는 집안 공간이 협소한 관계로 기름보일러 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땔감을 사용해 몸을 녹이고 있다.

이같은 목재를 태우는 화목보일러 사용으로 겨울철만 되면 연기와 잿가루 등이 인근 아파트 단지로 번지는 상황도 빚어지곤 한다.

주민들의 한파쉼터로 사용되는 경로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방문한 경로당은 이용객이 없어 텅 비어있다. 새납골경로당은 무허가 불법 건축물로 지자체에서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등록 경로당’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는 난방비 등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했는데, 그나마 ‘울산 동구 미등록 경로당 지원 조례’가 시행되면서 올해 처음으로 연간 112만원의 난방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산동네인 관계로 마을버스 이용도 쉽지 않다.

한 주민은 “마을 입구까지 오기 위해서는 택시 아니고는 접근이 어렵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산길을 오르내리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임시 주차장은 자갈을 깔아두는 등 임시방편을 해뒀지만 비가오거나 자동차가 드나들면 마을 하수구에 자갈이 들어가 쌓여 넘치기 일쑤다”고 푸념했다.

마을 주민들의 희망사항은 도시가스 보급과 대중교통 편의다.

마을 부지의 대부분은 인근 조선소 법인 소유의 땅이다. 일부 지주들의 사유지 및 공원부지가 섞인 형태의 마을이다.

새납마을 철거대책위원회 이이규 위원장은 “도시가스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법과 안전상의 이유로 판자건물은 설치가 불가하고, 자부담금에 부담을 느껴 절반 이상의 가구는 신청조차 못할 것”이라며 “마을 상당수가 불법건축물이어서 리모델링이 불가하지만 도시가스 배관을 위해 보일러실이나 부엌 등 일부 부분 판자를 돌벽으로 바꿀 수 있는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홍유준 울산시의원은 “무엇보다 소외지역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형성된 마을인 만큼 신속한 도시가스 보급과 마을다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자체와 부지 소유자인 기업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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