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흐르지 못하는 하천…산책로 곳곳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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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젖줄, 지방하천이 멍든다]흐르지 못하는 하천…산책로 곳곳 악취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4.01.30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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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 여천천에 설치된 우수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여천천 소정교 인근 제방 곳곳에 오수가 유입된 흔적이 남아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남구에는 여천천, 무거천, 운천, 대운천 등의 지방하천이 흐른다. 이중 남구를 대표하는 여천천은 자연생태하천으로 잉어, 붕어 등 7종의 어류와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37종의 조류, 197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하지만 수시로 하천으로 연결된 우수관을 통해 생활오수가 유입되는가 하면 물이 역류하거나 흐르지 않아 하천 바닥에는 오니가 가득하다. 본보 취재진은 지난 19일·26일·27일·29일 나흘에 걸쳐 여천천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여천천은 연장 10.1㎞, 면적 12.6㎞로, 남구 삼호산 일원에서 발원해 옥동과 신정동을 거쳐 울산만으로 이어진다. 부족한 유수량을 펌프를 통해 태화강 물로 보충하기 때문에 인공하천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여천천 중류지점인 공영주차장 입구사거리 일원. 다리 밑으로 내려가자 지난해 남구청이 13억원을 들여 경관개선 사업을 진행한 달깨비길이 나온다. 가까이 다가가자 오래된 하수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산책로 옆 벽면에는 배관들이 두꺼운 철제 뚜껑으로 덮여 있다. 이중 한 배관에서는 생활오수로 추정되는 탁한 빛을 띤 물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 물은 산책로 배수관을 통해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된다.

여천천 하류로 내려가자 하천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하천 바닥은 산책로에서 1.5m만 떨어져도 수심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탁했다. 물이 충분히 흐르지 않으면서 검은 뻘처럼 보이는 오니가 쌓였기 때문이다. 이따금 목격되는 오리와 백로 등 조류가 없었다면 죽은 저수지를 연상케할 정도다.

남구 소정교 일원에서는 하천으로 연결되는 조그만 배관 3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이 흘러 하천으로 유입됐다. 황토색을 띠는 배관 주변을 직접 손으로 확인해 보니, 물보다 탁하고 점성도 강해 이런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하류에는 여천천이 흐르는 양 옆으로 폐현수막과 장독대, 배달용기 등 각종 생활쓰레기가 뒤범벅이다.

주민 김모씨는 “산책로는 잘 조성됐지만, 여전히 여천천이 깨끗하다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저지대이다보니 홍수 시 큰 피해를 입을 확률이 높다. 미관을 꾸미기보다 안전을 중시해야한다”고 말했다.

여천천은 지난 2010년 정부 고향의강 사업 전까지는 ‘공업탑 복개천’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사업을 통해 현재 의 여천천 모습으로 변화했지만 악취 문제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저지대에 위치한 하천인데다 구조적으로도 단차가 거의 없고 물길이 좁은 탓이다. 이 때문에 하천 자체의 통수량도 적다.

남구가 하루 최대 1700t의 태화강 물을 여천천에 공급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개선책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서 남구는 지난 2014~2021년 수계정비사업으로 오접합된 우·오수관을 정비한 바 있다. 하지만 비만 오면 전체적으로 비릿한 냄새가 올라오고 인접한 배관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수(불명수)가 계속해서 유출되고 있다.

찾지 못한 오접합 배관이나 우수관에 오수가 유입되는 경로 파악도 시급하다.

수질 악화 문제는 바다와 인접한 하류부에서도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악취 해소를 위해 하천에 단차를 두거나 물살을 조절해 산소가 많이 돌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기적인 사업을 구상해 철저한 용역과 조사를 토대로 환경, 미관을 아우르는 종합정비 계획이 필요하다.

대안으로는 서울 청계천이나 양재천처럼 콘크리트로 바닥과 옆면을 막은 뒤 자갈, 모래를 깔고 인위적으로 높이차를 두는 하천 바닥 인공화 작업이나 하류부 바닷가 일원에 펌프장 등 배수시설 설치 제안도 나온다.

고현수 수자원개발기술사는 “여천천은 과거 하구 습지 였던 곳으로 일반적인 하천과 다르다. 간조나 만조시 역류나 물의 흐름이 정체되는 건 하천 구조 여건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울산항만의 침사지를 주기적으로 준설하거나 철거해 물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합정비계획 등을 통해 여천천을 어떻게 개발할 지 계속해서 고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강민형·신동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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