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새날, 너그럽고 순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해가 바뀐 지 한 달이 지났다. 아니, 벌써? 하는 일 없이 1월이 가버렸다. 올해는 운동해야지, 영어 공부를 해야지, 책 좀 읽어야지, 하던 새해 계획은 어찌 되었나. 실제 일주일에 4번, 40분 이상 걷기는 3번으로 줄었다. 나중엔 2번, 1번으로 줄어들다 시나브로 숨쉬기 운동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도 음력설이 안 지났으니, 새해가 한 번 더 남았다. 설날이 되면 ‘근하신년’류의 문구가 문자로, 카톡으로 다시 오가니 우리는 새해를 한 번 더 맞이하는 셈. 실제 명리학에선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을 새로운 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갑자기 모든 게 한 달이나 유예된, 시간을 공짜로 더 받은 기분. 시간 부자가 된 느낌.
시인은 아예, 새해의 삼백예순 날뿐 아니라 구름과 꽃 등 모든 자연을 공짜로, 덤으로 받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모든 날이 새날이니 아등바등할 필요 없이 너그럽고 순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하여 우리도 봄을 기다리며 부풀어 오르는 잎눈과 꽃눈의, 어느 순간 부드러워진 바람의, 벌써 가방과 공책을 사두고 설레는 아이들의, 속삭임과 재잘거림에 귀 기울이기.
무상으로 주어지는 새날의 아름다움에 대해 무상으로 따뜻한 미소 보내기. 그리고 가장 고전적인 새해 인사하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송은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