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라시아 대륙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간절곶! 간절곶의 파도 소리와 함께 공연이 시작됩니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예종과 함께 파도 소리가 들렸다. 파도 소리는 울주문화재단 울주문화예술회관(울주문예회관) 음향감독이 간절곶에서 녹음한 것이다.
지난 6일 울주문예회관에서 열린 ‘김동규과 함께 하는 신년 음악회’에서 처음 사용됐다.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었지만, 울주에 있는 공연장인만큼 울주다움이 물씬 풍겼다.
예종에 이은 신년 음악회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트럼펫 연주자의 우렁찬 팡파르를 시작으로 막이 걷히자 50인조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작게만 느껴졌던 울주문예회관 무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이태은 지휘자가 지휘한 울주심포니오케스트라는 신년 음악회에서 빼놓지 않고 들을 수 있는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을 힘차게 연주했다.
이어 귀여운 꼬마들이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멜로디에 맞춰 발레 무대를 꾸몄다. 비록 귀여운 실수가 이어졌지만, 그 또한 새봄의 웃음 선물로 여겨진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진수와 첼리스트 조윤경(첼로댁)은 파블로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과 ‘자클린의 눈물’에 이어 몬티의 ‘차르다시’로 환상의 케미를 선보인다. ‘국악계 아이돌’ 정윤형도 ‘심청가’ 중 심봉사가 황성 올라가는 대목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성악이 빠질 수 없다. 관객들은 프리마돈나 이윤경의 하이 소프라노 기교에 놀라고, 바리톤 김동규의 화려한 무대매너에 매료됐다. 특히 김동규는 앙코르곡 ‘마이 웨이’를 부르며 객석까지 내려와 관객의 손을 잡아줬다. 30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받았던 그의 관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울주소년소녀합창단이다. ‘아름다운 나라’를 낭랑한 목소리로 부르다가 마지막을 ‘아름다운 울주’로 재미있게 바꿔 불러 관객에 즐거움을 선사했다.
울주문예회관이 자체 기획한 ‘김동규과 함께 하는 신년 음악회’는 기악·성악·국악 등이 어우러진 뷔페 같은 형식이다. 준비된 2시간이 지루할 틈 없이 훌쩍 지나갔다.
이동우 울주문예회관 관장은 “자체 제작으로 원하는 아티스트를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것은 물론 기획력과 무대 인력의 제작 역량이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좋은 공연은 관객이 먼저 알아보고 순식간에 전석 매진이라는 결과를 가져온다. 매년 색다른 모습으로 선보일 울주문예회관만의 ‘신년 음악회’를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가겠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