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속의 꽃 (1)매화]봄을 이끌어 오는 전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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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속의 꽃 (1)매화]봄을 이끌어 오는 전령사
  • 경상일보
  • 승인 2024.02.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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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자장매.

지난 2월 4일은 입춘이었다. 입춘은 봄기운이 생동하기 시작하는 절기로 이때부터 봄철이 시작된다고 한다. 높은 산 고갯마루에는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서 조석으로 한기가 몸을 휘감지만 한낮의 따스한 햇살은 봄이 가까이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매화는 예로부터 봄을 재촉하는 꽃으로 인식하여 시인묵객들이 다양한 시와 그림을 남겨 놓았다. 매화는 섣달에 피는 납매로부터 설중매, 홍매, 백매, 청매, 분홍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문헌에 등장하는데 공통점은 대체로 봄의 전령사로서 선비의 고결한 기개를 상징한다는 점이다.

섣달의 눈 속에 피어 있으니
가득 찬 음기 속에 봄소식이 도달하였네.
해마다 시기를 놓치지 않은 데서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네.
開在臘雪裏(개재납설리) 春信到窮陰(춘신도궁음)
歲歲不失時(세세불실시) 可見天地心(가견천지심)
 

▲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이 시는 조선 중기의 문신 장현광(張顯光, 1554~1637)의 ‘매화(梅花)’로 사위인 박진경(朴晉慶)의 와유당(臥遊堂)에서 읊은 11수 중 하나이다. 눈 쌓인 섣달의 천지를 꽉 채운 음기 속에 매화가 피어 있는 것은 꽉 막힌 겨울의 엄혹한 기운 속에 봄소식이 도달한 것인 만큼 그 현상에서 천지의 마음을 살필 수 있다. 해마다 때를 놓치지 않고 피는 매화의 규칙성과 반복성에서 시인은 천지의 마음, 곧 자연의 규범성을 발견하고 있다.

매년 이즈음이면 전국에서 반가운 꽃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겨울에는 날씨가 따뜻하여 제주도에는 1월 15일에 이미 매화가 피었다고 한다. 며칠 전에 찾은 양산 통도사 영각 앞의 수령 380년 된 자장매는 올해도 어김없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다시 찾아온 봄을 기억하려는지 촉촉한 봄비 속에서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다양한 지점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서툰 솜씨로나마 포착한 필자의 자장매 사진을 여기에 공유함으로써 갑진년 새봄이 찾아온 기쁨을 함께하고자 한다. 성범중 울산대 명예교수·<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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