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28·울산 남구)씨는 대구에서 울산으로 와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김씨도 평소 편의점이나 약국을 통해 비상약을 구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병원을 가지 않게 됐다. 김씨는 “주변에 가족처럼 의지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집에서 버티며 몸을 추스리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청년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바쁘고, 돈이 아깝다는 등의 이유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이같은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만 19~34세 청년 4000명(남성 1984명·여성 201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41.6%가 ‘최근 1년간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부분 응답자들은 앞선 사례의 이유를 꼽았다.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47.1%), 병원·진료비가 부담돼서(33.7%), 약국의 비처방약을 먹어서(9.3%) 등이다.
생활비 대비 의료비 지출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년간 월 생활비에서 의료비 평균 지출이 차지한 비율이 5% 이하인 청년이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의료비 지출이 6~10% 수준도 18.2%, 전혀 없는 경우도 13.2%나 됐다. 청년층에게 의료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 비용 부담을 묻는 질문에 ‘부담된다’고 답변한 응답자도 40%에 달했다.
실제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으로 병·의원을 찾는 경우 3~10만원의 검사 비용이 부가적으로 발생한다. 수액이라도 맞는 경우 진료 한번에 십수만원을 훌쩍 넘는다. 15.2%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주변 사람이 없다’고 했다.
청년층을 위한 청년 건강검진, 심리상담 지원 제도가 촘촘하고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의료 취약층에 대한 접근을 나이 등 한정적인 기준에 국한되지 않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연령대별로 의료비 등 각종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이 아니라 실업 여부, 지역, 거주 형태 등 다양한 요건을 적용해 맞춤형 복지 모델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울산 한 청년기관 관계자는 “청년층이 복지에서 소외되는 이유는 사회가 자립이 가능한 상태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청년층이 생계 유지에 집중하느라 기본적인 복지조차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밝혔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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