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민학교에서 초등과정 학력을 인정받은 안병일(89) 할머니는 지난 17일 울산 중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7회 초등 졸업식에서 생애 첫 졸업장을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
시민학교는 울산시교육청이 성인 초등·중학 학력 인정 과정 지정 학교다. 중구에서 40년간 식당을 운영한 안할머니는 학교의 최고령자로 지난 2022년 시민학교에 입학했다. 어렸을 때부터 글보다는 하루하루 먹고사는 게 더 중요했던 그는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의 사업 부도 이후 어려워진 가정 형편 때문에 식당을 매일 운영해왔다.
그러던 중 한글을 가르쳐 주고 초등학력도 인정해 주는 곳이 있다는 동료의 추천에 시민학교에 다니게 됐다.
매주 월·목·금 낮 12시5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진행하는 초등과정 수업을 2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안할머니는 “학교 가는 날은 전날부터 기분이 좋았다”며 “아프면 학교를 못 가니 몸 관리도 더 철저히 했다”고 말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1시간 전부터 등교해 그날 배울 과정을 미리 공책에 써보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쓰며 꾸준히 한글을 익혔다.
안할머니는 “손님에게 계산을 해줘야 하는데 글을 몰라 기계의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당황했을 때가 많았고, 버스 노선도 읽을 줄 몰라 헤매던 적도 있었다”며 “학교에 다니고부터는 그동안 몰랐던 글들이 눈에 들어와 모든 것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가족의 응원도 그에게 힘이 됐다.
그는 “손주들에게 직접 쓴 글을 보여주면 ‘우리 할머니 멋지고 대단하다’며 용기를 준다”며 “손이 아파 연필 잡기가 힘들지만, 가족의 응원 덕분에 한 자 한 자 쓸 때마다 힘이 난다”고 말했다. 안할머니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계속해서 글을 더 배울 계획이다.
안할머니는 “늦은 나이에라도 용기를 내 도전한 저 자신이 지금도 자랑스럽다”며 “나이가 많아 많은 생각이 들지만, 글을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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